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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날!

복도 많지...

평산 2009. 6. 2. 17:38

 

 어느 날 집 근처에 있는 절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네,

가만히 서있기도 멋쩍어서 무슨 읽을거리가 없을지......

혹시나 멋진 교훈을 주는 詩句가 있을까나~

절문 앞 편지함을 기웃거렸었네.

30년이 넘게 이 절을 겉에서 보아왔지만 어쩌다가 산책하는 경우가 있을 뿐이었는데,

절에 대한 소개가 적혀있던 책자에서 '참여하기' 난이 반짝거리며 눈에 뜨이더구먼.

일주일에 한번 오후 3시간 동안 진행된다는 템플라이프도 가볍게 느껴져 관심 있게 보았지만,

3개월에 7만원이란 '서예 강좌'가 더 마음을 끌었었다네.

 '기회를 잡아야지!'

 

 

 

 

 며칠 잊었다가 강좌를 한다는 요일이 되어 서예실에 전화를 해보니 영~~ 받질 않았었네.

그러다 그럭저럭 일 주일이 지나서 다시 그날이 왔네.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길래 절 사무실 번호가 나와 있어 붓글씨 담당 스님과 통화했었는데,

글쎄, 수강생이 하나도 없다고 하시더라네

 '허허~~이런~~~~~~~'

어쩔까 머뭇거리시는 스님께 '한사람이라도 있을 때 문을 여시면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올 것.'이라며

시작하셨으면 좋겠다 말씀드리고 직접 찾아뵈었네.

학생이 한명이라 선생님 입장이 난처하시면 차라리 혼자라도 와서 그냥 연습해도 되냐고 여쭈었더니,

스님께서 당장 선생님께 다음 주부터 오시라고 전화를 하시는데 당황도 되더구먼.

3달에 7만원이고 학생이 한명인데 선생님께서???

말씀은 드렸다지만 미안하기도 했고 어째 답이 나오지 않았었다네.

 

 그나저나 한 시간 수업 시간이 흘렀다네.

연세가 있으신 선생님이셨지만 필체가 힘이 있으시고 멋쟁이셨었지.

글씨라기보다는 그림을 얼마 그리던 중 공양시간이라며 점심을 먹고서 하라고 스님께서 말씀하셨었네.

 '아 ~~~~~~~~'

바로 10발자국 옆이 공양간이라 밥도 먹고 얼마나 좋은지 말이야.

착한 가격에 ......

이게 무슨 호강일지 ......

암튼, 예전에 평산이 붓 가는 대로 말도 안 되게 썼었던 평산체는 잊어야 할 듯싶으이.

 "일 년만 하면 작품이......"

 스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지만 그런 욕심 없다고 말씀드렸다네.

집에 그 시간에 있어 봤자 냉장고 문이나 열고, 컴퓨터 켜가며 무엇에 집중하지도 않는데......

조용한 곳에서 마음을 닦는다고 여기려한다며 더 이상 발할 것이 없다고 하였네.

세월이 흐르면 글씨는 점점 다듬어지지 않겠는가!

그냥 빠짐없이 일주일에 한번은 그 곳에서 몇 시간 마음 두려 한다지.

 '복도 많다.'는 생각에 시방 겁나게 미소 짓고 있는데......

 '그대, 보이시는가!'

 

 

 

 

 2009년 6월  2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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