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일행들과 서점에 들렀다. 입구에 베스트셀러가 놓여있어 요즘 상을 탔다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집어 들었다. 도입부분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재밌었다. '음~~~상을 탔다는 것은 이런 의미인가!'
꼼짝 않고 서서 읽다 일행들이 볼일을 보고... 나오는 김에 책을 놨는데 아쉬움이 두 알 남았다. 백화점이라 할인도 없이 책을 산다는 것은 아까웠고, 온 김에 같은 층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인사차 이러저러 일로 왔다 서점에 들러 책 읽다 나왔다니, 마침 읽었다며 빌려주겠다네?
햐~~~ 짧은 순간에 어찌나 행복하던지! 누가 책 읽기를 엄청 도와주는 것 같은 느낌에...^^ 그래서 밤 시간에 주로 읽었다. 야한 부분이 많아서 그런 가 오랜만에 속도가 붙어 읽은 책이며, 주인공인 영혜가 채식주의자가 되는 과정은 거의 꿈 이야기라 感은 오는데 어수선하게 느껴졌다. 이를 테면...
어두운 숲에서 누구와 함께 했는데 어느 순간... 혼자 동떨어져 길을 잃고...춥고 무서운 사이.. 헛간을 발견하고...고깃덩어리들이 매달려 있어... 어떤 덩어리들은 피를 흘리고...한 덩어리 먹다가... 입었던 옷에 피가 젖고...그 게 내 얼굴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가...피와 살은 소화를 시켰지만... 동물들의 목숨이...끈질기게 잡고 늘어지는 두려움. 아침이 늦어.. 빠르게 칼질을 하며 고기반찬을 하는데...남편이 먹다가...칼 조각을 발견하는 등...

이런 꿈의 연속에 그녀는 냄새가 난다며 냉장고에 있는...고기, 생선을 모조리 꺼내서 버리게 되고... 잠을 못 이루며...먹는 것이 션찮아 비쩍 말라 식구들이 걱정을 하게 되는데...마침 친정아버지 생신날이 되어 군인출신이라 다소 거친 성품의 아버지가 뺨을 치면서까지 고기를 억지로 먹이려하자...비명을 지르며...급기야 칼로 손목에 자해하여 병원에 실려간다.
고기와 생선을 먹지 않고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지만 정신적으로 허약했을까? 지극히 평범해 보이던 영혜는 퇴원할 무렵, 병실에서 나와 덥다며 여러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분수대 옆에서 상의를 모조리 벗고 앉아있기까지 해서...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나름 주관이 있어보였는데 정신병원까지 가다니...조금 설정이 심한 것은 아니었나, 식구들이 좀 더 이해했으면 어땠을까. 정신병원에서 몇 개월을 지내다 언니네 집에서 한 달간 요양을 한 후 이런 여인과 살 수 없다며 이혼을 요구하자 혼자 사는 자취방으로 향한다. 언니네 집에 있으면서 형부하고 별일은 없었다. 몽고반점이 알려지기 이전이었고 연민의 눈초리로 바라다보았을 뿐! 예술가인 형부는 마지막 작품을 한지 2년이 흘러 초초한 상태로...어느 날 아들의 목욕을 시키다 아직도 몽고반점이 있으니 언제 없어질까의 물음에...아내가 동생 영혜는 스무 살까지도 남아있었다는 사실을 무심코 말하게 되었는데...
몽고반점이 왜 그렇게 중요하게 되었을까! 보이지 않는 곳에 있기 때문인 듯하다. 비밀스런 곳, 벗어야만 보이는 곳! 이때부터 처제가 성적인 대상으로도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이 해왔던 기존의 작품세계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화가는 '포르노그래피'를 혼자 연출해보며, 여자 주인공은 몽고반점이 있는 처제여야 하고, 남자와 같이 교합하는 장면을 찍을 경우 자신이 남자주인공이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형부이기 이전에 남자라서 본능에 충실하고 싶다는 뜻이런가?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은근히 처제와의 관계를 꿈꾼다.
언니한테는 비밀이라며...옷을 벗고 물감으로 꽃을 그리는 비디오작업이란 설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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