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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정을 정해 놓고 움직이지 않았다.

미리 가보겠다고 마음먹은 곳도 없었고 즉시 정해서 이동하다 날 저물면 숙소를 향해 다시 한라산 중턱으로 올랐다.

내려가면 바다가 있어 좋았지만 올라가는 길이 공기가 상쾌하고 神仙이 되는 듯해서 더 마음에 들었다.

牛島에서 서귀포 쪽으로 내려가니 성산포와 섭지가 있었는데 성산은 높이가 있어 어르신들에게 벅찬 곳이라 섭지코지로 향했다.

걷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나뿐이어서 미안하지만 30분의 시간을 얻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초입에 있었던 바위로, 몇 년 전에는 노란노란한 부분을 못 봤는데 이런 현상은 왜 생길까?

궁금하니 말해주는 해설사가 바로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항상 인문적인 요소보다 자연현상이 더 궁금하고 재밌으니...^^




 오르다 청초한 식물을 발견했는데 순비기나무와 비슷해서 검색을 해보니 맞았다...ㅎ

해녀들이 깊은 바다 속에서 물질을 할 때 숨을 참고 있다가 물 위로 올라오며 내는 숨소리에서 유래되었단 이야기가 있다. 

힘든 물질을 하는 해녀들은 두통에 시달리기 쉬우며 그 치료제가 바로 순비기나무 열매인 만형자(蔓荊子)라는 데...
짠물에서도 잘 견디는 염생식물로 바닷물이 닿지 않는 곳에 피어 있으니 신기하였다.




 반가운 문주란도 있었다.

향기가 고우며 햇볕이 강한 곳에서 잘 자라는 식물로 15년 전 아버지께서 제주에서 두 뿌리를 사갖고 와 나눠주셨는데,

추위에도 약하며 햇빛이 모자라 잘 자라질 못하고 있다. 제주라 역시 건강한 모습을 대한다.




 태풍이 불 때 섭지에 처음 왔었다. 바람이 불며 파도가 어찌나 심하던지 바다거품이 저절로 생겨 날아다니고,

덮칠 듯한 파도와 을씨년스런 까만 구름이 어우러져 무서 우면서도 자꾸만 눈길이 갔는데...




 요번에는 아주 평온한 날씨였고 적당한 구름과 바람이 불어와 시원하게 오를 수 있었다.

'좁은 땅' 이란 뜻의 섭지와 '곶'을 뜻하는 코지가 합쳐진 말로 바다 쪽으로 좁고 길게 돌출된 지형을 일컬으며...

규모 상으로는 반도나 만보다 작아 물에 잠기지 않은 산줄기 부분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하늘과 맞닿은 귀여운 언덕을 지나...




 바다 쪽으로 휘어진 바위를 보았는데 '선돌바위'일까?

지질학자들에 의하면, 해발고도 33m의 '붉은오름' 끝자락에 솟아 있는 선돌바위는 화산섬 제주도에 산재해 있는...

360여개 기생화산(오름)의 심장부(?)를 드러낸 유일한 곳으로 촛불에 비유하면 밝은 불빛을 내다가 꺼진 '심지'와 같은 곳이란다.
화도(火道)에 있던 마그마가 굳어져 형성된 '원통형 용암기둥'이며 화산폭발이 일어난 분화구의 중심부"라 하는데...
처음에는 선돌바위를 중심으로 둥그런 오름이 형성됐었으나 주변의 화산재 알갱이 층이 파도와 바람에 의해 씻겨내려,

육지 쪽의 '붉은오름'은 크게 낮아지고 반대 방향인 바닷쪽은 완전히 사라져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저녁 무렵에 도착하여 바쁘게 오르느라 보이지 않았던 '협자연대'이다.

봉수대와 같은 역할이지만 구릉이나 해안에 설치되는 점이 다르단다.




 정상에 오르니 성산일출봉도 시원하게 들어왔다.

푸른 초원에...얼마나 보기 좋던지...^^




  가까이에서 '선돌바위'와 엉컹퀴의 아름다운 만남도 보고....




 제주에는 '붉은오름'이 몇 개 있었는데 등대가 있는 이 부분도 '붉은오름'이란 이름을 지녔다.

등대는 지난번에 올랐으니 눈으로만 살피며 내려가면 30분이 찰 것 같아 발걸음을 빨리했다.

평소에 걷기연습이 이렇듯 중요함을 느낀다.




 말로만 들던 '쇠소깍'도 잠깐 들렀다.

민물인'효돈천'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만들어진, 말하자면 작은 물웅덩이(沼)였다.

효돈이란 말이 들어가서 혹시나 '효돈감귤'과 연관이 있나 했더니 주변이 다 귤밭이었다.

 '이곳에서 귤이 올라오는 구나, 서귀포라 제주시보다도 따뜻하겠지!'




 각종 놀이기구를 타는 모습이었는데 육지 쪽으로 쏙 들어온 곳이라 안전하게 느껴졌다.

 '햐~~ 무릉도원이 따로 없구나!'




 바다 쪽에 이런 시설을 해놓고 놀이기구를 빌려주고 있었는데 타 보고도 싶었으나...

저녁시간이며 車를 세운 곳에서 이곳까지 걸어온 사람은 둘 뿐이어서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돌아오는 길에 牛島에서 생산된 땅콩과 쌈채소, 회와 돼지고기를 사서 풍성한 저녁을 만들었다.

적은 돈이나마 자식들이 모아 여행을 계획하고 돈이 남을 상황이었지만...

아버지께서 뜬금없이 금일봉을 주시겠다고 해서 선뜻 받지 못했다.

모처럼의 가족여행이니 받으실 때는 그냥 받으셨으면 하는 마음인지라, 선물을 사드리자는 의견도 있었고...

얼굴 보며 밥 한끼 더 먹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모자람보다야 낫지만 그런 걱정을 드린 듯해서 마음이 쨘했다.

하루를 길게 쓴 날이다!





2016년   7월   2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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