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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비가 올까 자그마한 양산을 챙겨서 버스에 올랐다.

아버지께서 도와주셨으면 하시는 말씀에 서슴지 않고 가겠다 했다.

대중교통을 탔어도 코로나가 무섭지 않았다.

10시쯤 출발했으나 오후 1시 가까이에 도착하였다.


 버스에서 전화가 오면 당황스러워서 미리 진동으로 해놓는 편인데,

오는 동안 뭔 소식이라도 왔을까 가방을 열었다 진동이 울려 받았더니 왜 그리 전화를 받지 않냐고...

밀가루를 오는 김에 하나 사 오라고 하랬더니 전화를 받지 않아 이제 막 시장에

다녀오셨다며 비는 오지, 피곤해서 정거장으로 마중은 못 나온다고 하셨다.

살펴보니 5번을 하셨네,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앉아서 멀리 왔으니 버스에서 내려 다리운동도 할 겸...

시골길 걷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마중 나오지 않으시는 편이 나에게는 편안하다.

양산 챙겨가길 잘 했지, 실비가 오고 찬바람에 춥게 느껴져서 옷을 한층 여미고는

마을 입구에 도착했더니 북쪽이라 이제 막 벚꽃이 피어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하였다.

 '다시 봄이 왔나?...ㅎㅎ'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왔을 때는 꽃을 못 봐서 무슨 나무인지도 몰랐다.

새로 만난 벚꽃이 반가워 이리저리 머뭇거리자

낯선 사람 나타났다고 동네 개들이 사방에서 컹컹 짖는데...

잠깐 뜸 들이다 친정집에 들어섰더니,




 아버지께서 이렇게 준비해 놓으셨다.

편찮으신 시어머니가 옆에 계셔서 선뜻 도와달라고 못하신 것이다.

이럴 때 나는 어느 분의 딸인가를 되돌아보게 된다.

시집 갔으니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 아니 아니...

망설일 필요 없이 아버지, 엄마의 딸이며 불편하신 엄마 대신 도와드려야 한다.

 "미리 전화 주시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니 미안해하시지 마세요."


 보통은 부침개만 하고 돌아오는데 아버지께서 여러 차례 시장 봐오시랴,

새벽에 밭에 나가 자식들에게 나눠줄 채소 뽑아오시랴,

밀가루 때문에 나갔다 오셨기에 힘드셨는지...

(바로 옆이 임진강이며 우리나라 최전방이라 마트가 없어서 멀리 다녀오셔야 함)

부침개 할 동안 재료를 준비하시곤 탕국을 부탁하시고,

조기도 쪄주셨으면 하셔서 밤까지 있게 되었다.


 파, 마늘 양념에 고명으로 얹을 실고추까지 준비되어 번번이 아버지 살림 솜씨에 놀라고

손이 딸려서 쉬고 계신 엄마에게 의자에 앉으신 채로 밀가루를 묻혀달라고 하여

동태전, 고구마, 동그랑땡, 꼬치전 등을 쉬지 않고 할 수 있었으며...

제사 상차림할 동안 여유시간에는 냉장고 청소해드리고 엄마 머리를 잘라드렸다.



 이것저것 잘 챙겨주시고도 아침에 서운하시다며 전화를 주신 아버지!

 "너 아니면 엄두를 못 냈을 것이다, 고맙구나!"

 "애쓰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도 아실 거예요."

수박이나 각종 과일을 등으로 지고 나르신 것만 봐도 대단하셨으니 말이다.


 제사나 의례가 간단해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당신이 편안하고자가 아닌,

할 수 있는 데까지 정성을 들이겠다는 마음이 전해져온 날이었다.

덕분에 할아버지께 손녀로서 술 한잔 올렸다.







   2020년   4월  2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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