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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선희 어머니!

평산 2021. 11. 16. 16:56

 

 

 멋진 모습을 보여준 가을에게 감동하며

집으로 돌아왔더니 알 수 없는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누구누구지?"

 

 목소리가 청명하여 학교 때 친구일 것 같아 

누구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선희 엄마라 하셨다.

여러 학교를 지나는 동안 선희란 이름이 많았지만

 "엄마가 너랑 만나고, 전화하고 싶어 하신다.'며

몇 번 언질은 있었으나 전화하실 줄은 몰랐다.

 

 선희는 중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고 여고는

달랐어도 여전히 초등학교 주변에 살아

간혹 소식이 오고 갔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데 반하여 어머니는 적극적이셔서

선희 아버지께서 은행지점장으로 계실 때 

은행원 중 한 분과 누구를 소개(?) 해줬으면 하는

소식이 와서 어쩌다 동생 시누이를 소개하여

결혼에 성공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당사자끼리 만났기 때문에 

선희 어머니는 그 후로 딱 한 번 만나 뵈었을 텐데 

당신 모습을 기억하시냐며...

수첩에는 내가 얌전한 ㅇㅇ라고 적혀있단다...ㅎㅎ

궁금하셔서 전화하셨을 테지만 선희한테는 

전화하셨단 소리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일 년에 한 번 정도로 드물게 연락했었던 선희는

집안 이야기를 전혀 한 적이 없는데 어머님은

부안의 갑부셨다는 가문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연신 놀라게 하셨다. 이를테면 지금의 고려대와

동아일보와도 연결되는 집안 이야기가 줄을 이었다. 

찾아보니 정말 부인이 고씨 성에 부안 출신이었다.

 

 선희 어머니도 고씨 시니까 총리를 지내셨던 분과는

(붓글씨 배울 때 그분 친척이란 분이 갑자기 생각남) 

아시는가 여쭸더니 바로 조카라 하시고...

대학병원에 즉시 입원하긴 어려운 현실에도 이러한

배경으로 여러 명 입원시켜주신 경험을 들려주셨다.

선희 외할머니께서는 이화 3회 졸업생이셨다나?

 "와~~~ 대단하셨습니다!"

 "자네하고는 이야기가 통하네."

 "선희는 이런 이야기에 질색을 하거든!"

 

 30분 정도 이야기 나누셨을 텐데

재미는 있었지만 느닷없어서 번개 치듯 

역사 다큐멘터리 한편 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선희는 네가 사는 곳까지 찾아가겠다 해도 

만나기가 그렇다며 도리도리하는 아인데 어머니는

 "내가 언제 그곳으로 가면 만날 수 있겠어?"

 "그럼요, 오시면 전화 주세요!... ㅎㅎ"

 

 며칠 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잘 지내냐고

선희에게 소식을 전하니 연말에나 소식이 올까 하다

뜻밖이란 듯 반갑고 고맙다며 여전히 조용한 친구였다.

엄마와 딸이 이렇게 다르다니, 가을이라

누군가와 대화 나누고 싶으셨나 봐!

 

 

 

 

  2021년  11월  16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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