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인기 있었던 소설을 발견하고 반가웠다. 내용을 모르고 시작했다가 우리나라와 일본은 성문화에 있어서 매우 다르고, 다른 정도를 지나 깜짝깜짝 놀랐다고 할까!. 특히나 이 소설이 하루키의 자서전이라니 평범한 일본 사람들이 어릴 적부터 그렇고 그런 경험들을 하다 청년기를 지나 어른이 되는가! 개방적이라 들었지만 궁금증을 일게 하였다. 1960년대 말~ 70년대 초가 배경이어서 우리나라로는 새마을 운동이 떠오르고 여전히 남녀칠세 부동석이며 손만 잡혔어도 시집가야 하는지 걱정인 시절인 반면에 12살 정도면 마냥 어리다 생각되는 나이임에도 '기르기'와 '나오코'는 서로 성장해 가는 몸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거리낌 없이 보여주며 만지고 애정을 표현하였다. 4살부터 둘은 자석처럼 붙어 있었다니(나오코의..
당시에 토지를 4부까지 재미나게 읽다가 5부는 아직 나오지 않아 기다렸었다. 그 후로 5부가 완성되어 책이 나왔단 소식을 들었지만 다른 책을 읽던 중이었고 그 사이 군대에서 낭군이 제대하여(학업 마치고 비교적 늦게 갔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사오며 많은 책들을 버렸어도 낭군이 군에 있을 때(가장 많이 읽던 때임) 읽었던 책들은 남겼는데 머지않아 재활용이나 기부라도 해야 할 것이다. 가난한 시절에 20% 정도를 책과 편지지를 사며 살았으니 마음은 부자로 살던 때였다. 토지 5부를 읽지 않은 채 많은 시간이 지나갔다. 생각났다가 잊었다가 책을 사자니 아깝기도 했고..ㅎㅎ 마무리를 하지 않자니 궁금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컴에 저장된 전자책에서 어쩌다 'ㅂ'을 눌러 박경리가 뜨면서 '토지..
청암부인이 살던 뒤꼍에 대나무 숲이 있었다. 작가가 도입 부분의 대나무 소리를 표현한 부분만 읽어도 실감이 나는 섬세한 표현에 감탄을 자아냈는데 우리나라 1930년대의 남원땅 매안이란 곳이 배경이었으며 어디쯤 일까 지도를 찾아보니 섬진강의 지류인 요천이 가까이 흐르고 지리산자락이 뻗어내려온 마을이었다. 기울어가는 이 씨 문중에 청암부인이 시집을 왔다. 요즘으로 치면 약혼을 하고 예비신랑이 처가에서 며칠 있다가 본가로 돌아간 후 결혼날짜가 돌아오는데 그만 신랑 될 사람이 죽어서 하얀 소복을 입은 색시가 혼자서 가마를 타고 시댁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하는 시대였음이다. 청암부인은 작은집 조카를 양자로 맞이하여 장손으로 키우며 아이가 울면 젖을 동서에게 얻어 먹이면 될 것 같아도 아기가 ..
옛날 어느 곳에 '열 너머 감감 나라'가 있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열까지밖에 못 세었다. 그러다보니 불편한 점이 많았다. 짐승들이 새끼를 열 마리보다 많이 낳으면... 모두 몇 마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열 다음은 뭐지?"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 때도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렸다. "이 사과가 몽땅 얼마요?" "열보다 많으니 알 수가 있나...! 아무튼 한 개에 한 냥씩이니 사과 수만큼 돈을 주시오!" "사과 하나에 돈 한 냥, 또 하나에 돈 한 냥......" 사람들은 이렇게 답답하게 살아갔다. 하루는 임금에게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 공주가 반지를 좋아해서 아주 많이 모아두었는데... "아버지, 제발 제 반지가 모두 몇 개인지 알려 주세요, 너무너무 궁금해서 못 견디겠어요, 네?" "오냐, 오..
무진으로 향하고 있다. 며칠 쉬다 오면 주주총회를 통해 전무로 발령되게끔 조치를 취하겠으니 잠시 다녀오라는 아내의 말에 고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 무진의 특산물은 무엇일까 의문을 갖는 이들이 있어 주인공은 안개를 떠올린다. 마음이 심란할 때나 한적함이 그리울 때,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시점에 오게 되는 무진인데 그렇다고 용기나 새로운 계획이 나오는 무진도 아니었다. 고향에 오면 자신을 상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고백처럼 안개가 주는 희미한 배경 때문일까! 골방에서의 공상이나 불면을 쫓아내려는 수음 독한 담배꽁초 등 분위기가 대체로 어두웠다. 제약회사에서 경리로 일하다 좀 더 큰 다른 회사와 합병되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었고 동거하고 있던 희(姬)만 곁에 있었으면 무진행은 없었을 텐데 희(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