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무것도 하시지 말고 계세요!" "저희가 가서 할게요." "갈비탕 끓이고 있어." 식구들 온다고 갈비탕 끓이실까 봐 아침 7시가 막 지난 이른 시간에 전화드렸는데 벌써 시작하셨다니 어쩌나! 동생이 고깃국보다 된장찌개를 해 먹자고 재료를 모두 가져오기로 했는데? 아버지께서 끓이신 갈비탕보다 된장찌개가 좋겠다고 미리 이야기를 건넨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쩌니, 벌써 갈비탕 끓이고 계신단다." "아~~ 갈비탕 먹기 싫은데, 맛있다고 하지 말아야 해!" "맛있다니까 자꾸만 끓이시잖아!" 싫어하는 표정이 역력해서... "갈비탕을 손수 끓여주시는 아버지가 어디 있어?" "와서 맛있게 먹어주는 것도 효도지!" "된장찌개는 내내 집에서 끓여 먹으면 될 테고... " 그리고는 전화를 끊었는데 점심을 먹어..
"아버지, 엄마 예쁜 옷 입혀주세요!" "알았다...ㅎㅎ..." 집에 도착했더니 엄마는 예쁘게 챙기셨는데 아버지께서는 등에 쪼금 구멍 난 옷을 입고 계셨다. 일 하시며 어디에 걸리셨는지 전혀 모르셨단다.^^ 중요한 것은 옷이 아니고 잔칫집처럼 시끌벅적하였다. 오라버니와 엄마에게 축하할 일이 있어 모인 것으로 뜻밖에 사돈처녀가 등장하여 놀라게 하더니 미니장미 한 다발로 더욱 자리를 빛냈다. '예쁜 울 엄마!...ㅎㅎ' 음식 나누기는 작년과 비슷하여 샐러드, 부침개, 오삼불고기, 당뇨가 있으시지만 아이스크림을 드시고 싶다 하셔서 간식거리는 내가 준비하였다. 날 더워 음식이 남으면 상할 수도 있어서 서로 나눌 생각 말고 두 접시씩만 놓기로 했어도 음식 준비에 하루종일 걸리긴 했다. 무슨 전을 할까 하다가 동태..
허리가 시원찮으신 아버지께서 삼계탕을 끓이셨다. 인삼, 대파, 대추, 양파, 찹쌀, 통마늘... 언뜻 보기에 이런 채소들이 보였는데 어릴 적부터 먹어와 익숙하였고 유명한 삼계탕집보다 깊은 맛이 느껴졌다. 생삼이 여러 뿌리 들어가야 향이 진하며 먹을만한 것이다. 아버지표 삼계탕을 먹을 때에는 커다란 접시에 일단 토종닭을 건져서 다리와 몸통을 식구수 대로 나눈 후 소금 찍으며 먹다가 국물을 더해 마시고 우러난 닭국물로 찰밥을 따로 하셔서 나중에 먹는 방법인데, 난 고기를 먹고 국물에 찰밥을 말아 땀 솔솔 흘리며 오랜만에 아버지 덕분에 호강을 하였다. 먹었으니 설거지를 해야지! 들통에 밥물이 넘쳤던 밥솥까지 오라버니가 들어줘서 통째로 수돗물에 대고 속속들이 씻은 후 엄마 손을 잡고 이야기 나누다 친정집을 나오..
중학교 2~ 3학년 때였을 것이다. 오빠와 나, 여동생이 부모님 곁을 떠나 공부한다고 서울로 올라왔을 때 시골에서 친척 동생이 밥 해 주러 잠시 왔었다.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친구처럼 지내기도 했을 테고 방과 후 시장을 같이 다녔을 텐데... 누구는 학교에 다니고 누구는 밥 해주던 처지여서 지금 생각해 보면 여러 모로 미안하지만 그때는 철이 없어 그런 생각을 못하며 지낸 것 같다. 동생은 그 후로 살던 곳으로 내려가 남들보다 늦게 여고를 나오고 회사에서 팀장까지 했다니 똑똑했구나 싶었고 결혼을 한 후 수도권에서 살고 있단 전화가 와서 반갑다가 목소리도 더 이상 듣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하늘나라로 갔단 소식을 들었지 뭔가! 아들이 결혼한다는 소식이 와 기꺼운 마음으로 갔다. 아니, 같이 살면서 말이..
시누님이 겨울옷을 보내주고 싶다며 주소를 물어보셔서 겨울코트 있다고 대답했더니... 살 빠지기를 기다렸다 입으려 해도 빠지지 않아 아까워 보내줄 테니 잘 입으라 하신다. 그러고는 택배가 왔다.^^ 몸무게의 변화가 덜하긴 해도 나 또한 많이 먹은 날은 다음날 즉시 배 둘레에 티가 나는 요즘인데 새 옷이 아니라 미안하단 말씀에 입을만한 옷은 입고 아니면 재활용할 테니 신경 쓰시지 마시라 했다. 새 옷이나 다름 없었으며 이런 일에 고마우면 고맙지, 기분 나쁠게 무엇이란 말인가! 코트뿐 아니라 여름 면바지도 들어 있었고 스웨터에 넓은 스카프가 몇 개 겨울 방한복도 있었는데 골라서 재활용할 것은 내다 놓고 세탁에 약한 옷은 세탁망에 넣어 모조리 빨아서 면바지는 마르기 전 다림질을 했는데... 품이 넉넉하여 여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