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에는 오색찐빵 한 박스 사 먹어보고... 호빵도 여러 봉지 쉼 없이 먹었기에 요번에는 집에서 만들어 엄마께도 갖다 드릴 겸 마트 간 김에 팥 500g을 미리 마련했었다. (동지가 지났다고 좀 할인됨) 반죽은 식빵믹스가 편하나 대형마트에도 없어서 인터넷 주문을 하려다 혹시 하며 동네 마트에 갔더니 마침 있어 준비가 쉬웠던 편이다. 한가한 날에 팥을 불렸다. 몇 시간을 불려야 한다는 정석은 없고 결국은 푹 물러야 하므로 쌀뜨물 받은 것이 있어 씻었다가 여러 번 헹궜는데 삶아서 처음 물은 떫다고 버리는 사람이 있지만 껍질까지 몽땅 사용하며 그대로 삶았다. 이따금 물을 더해주면서 소금 두 꼬집 정도 넣었고 단맛은 올리고당 조금과 꿀을 넣어 맞추었다. 엄마가 당뇨시기 때문에 단맛을 많이 넣을 수 없었고, 푹..
연말에 부모님 댁에 갔더니 아버지께서 주실 것이 없다며 옷을 내놓으셨다. 손수 뜬 옷이라며 빨아 입으라는데 언뜻 내 기억에 엄마가 뜨개질하시던 모습은 50대 셨어서 강산이 몇 번은 변하지 않았을까? 순간 마음이 묵직해졌다. 엄마의 손뜨개에 뭉클함이 일었던 것은 아니고 무엇이라도 주시려는 마음은 알겠는데... 입지 않으면 버리는 세상이라 솔직히 짐스럽다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입술로는 '아니요'라는 말이 새었지만 청각이 나쁘신 아버지께서 못 들으셨는지 멈칫하던 중 거듭하여 말씀하셔서 그러겠다고 마음 없이 대답해 드리고는 세월이 흠씬 묻어난 묵직한 옷을 마지못해 가방에 넣었다. '재활용을 해야 하나!' 당시에는 오자마자 처리할 것 같았어도 고민 아닌 고민이 되어 옷을 펼치고 살펴보았다. 어디 구멍 난 곳..
아침에 눈이 오기 시작해 함박눈으로 변해서 멋진 설경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마음이 들떴다. 미끄러질 걱정 없이 지팡이 하나 들고 나섰다. 집 앞은 윙 기계 돌아가는 소리에 눈 치우고 있었고 거리에는 염화칼슘으로 질척되기 시작했지만 산에 오르니 먼저 지나간 발자국을 따라가지 않으면, 신발이 눈 속에 푹푹 잠길 정도로 풍성하였다. 42년 만이라 하였나? '이런 풍경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해서 저절로 나온 말이다. 히말라야 설악산 몽블랑이 부럽지 않았다. 우산 대신 모자 달린 옷을 입었다. 넓은 길로나 향하여 무리 없이 집으로 향하려다 평소에 산책하는 그대로 한 바퀴 돌아보자 했다. 새 신발도 아닌데 뽀드득 소리가 싱그러웠다. 신났다...♬ 연인들이 제법 있다가 샛길로 접어드니 눈은 계속 내리는데 ..
새해가 오기 전 물소리길 한 코스를 더 걸었다. 봄부터 시작해 눈이 온 날에는 걷지 않아 궁금해서 비교적 따뜻한 날로 정하여 기온은 영상 5~ 6도였다. 지도를 보면 7코스는 낮은 산을 빙 돌아 지평역으로 향하며 거의 평평한 길 10.7km로 걷기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지평역에서 다시 서울로 오는 차편이 불편하였다. 경의중앙선 용문역에서 나오자마자 이정표를 참고하지 않고 산 밑에 강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지 물을 따라가는 길이니까(실제로 흑천이 흐르고 있었음) 이야기하며 앞으로 쭉 걸었는데 역을 나오자마자 다른 길로 향한 것이어서 길을 잘못 들은 셈이었다. 걸으려고 왔으니까 조금 돌았어도 상관없지, 뭐!^^ 멀리 녹색으로 보이는 철길이 지평역으로 향하는 철도인데 남쪽으로는 용문역이 종점인 줄 알았지만 집에..
비가 왔지만 실내에서 움직일 것이라 걱정이 없었다. 한 달에 한번 모이는 친구들인데... 요번에는 국립한글박물관에 가보기로 했다. 새로 생긴 갓을 씌운 '한국방문의 해' 간판이 서있었다. 호수를 안 보고 지나갈 수는 없다. 멋있어서...ㅎㅎ 아주 잔잔하니 평화로웠다. 호수를 가운데 두고 국립박물관 본관 건물과 마주 보고 있는 형국이라 지하철에서 나오자마자 곧장 오른쪽으로 향하면 된다. 한글박물관 건물은 한글 모음창제의 철학적 배경인 하늘, 땅, 사람을 형상화하였단다. 지붕 쪽이 하늘, 중간 부분이 사람, 계단 오르기 전이 땅으로 왼쪽으로 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도 되지만 계단으로 올랐다. 계단은 바로 상설전시실이 있는 2층으로 연결되었다. 친구를 발견하며 언뜻 본 ㄱㄴㄷㄹ에 뭉클하였다. '얼마나 아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