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노란수건

평산 2014. 3. 22. 20:29

 

며칠 전 노란 수건 3개가 나에게 전해졌다.

1981년 5월 23일 체육대회행사 때 받은 수건이었다.

그러니까 자그마치 서른 살이 넘었네...ㅎㅎㅎ...

아버님이 직장 다니실 때 체육대회 끝나고 타온 수건으로

어머니께서 상자에 넣어두신 것을 이제야 발견하셨단다.

문득, 아버님께서 보고 싶다며 전해주셨을까?

 

 북극곰아찌는 만나기 前이었고...

낭군 성격이 조용한 탓도 있지만 결혼을 하고서야

아버님이 대기업에 다니셨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 결혼한 시기에 요즘으로 말하면

명예퇴직을 하신 듯하다.

 

한 달 보름 만에 어린 병사들 틈으로 낭군은 떠나고.... 

이렇다 할 살림준비 하나 없이 시집가서 친정에 간다는

생각은 전혀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보내다가...

시댁 형편이 어떠셨는지 자세히 몰랐지만

어느 날 용기를 냈었다.

 "아버님, 취직 좀 시켜주세요!"

 

의외로 아버님께서는 즉시 수화기를 들어서

우리 며느리 한 자리 알아봐 주게! 하셨는데...

저 쪽에서 들려오는 말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면

당장 내일부터라도 와서 근무해도 된다나?

 

 지금이라면 그런 식으로 들어가기 어려웠을 테지만...

일찍 알아봐달라고 부탁드릴 것을...ㅎㅎ...

도망이라도 갈까봐 혼인신고는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덜컥 마치고 논산으로 향했으니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반질반질 대리석 깔린 현관을 뾰족구두

'똑! 똑!' 소리 내며 다닐 수 있었는데 말이야!

 

 

 깨끗이 빨아서 서랍에 차곡차곡 넣었는데...

노란 수건이 환하게 빛나서 바라보는 나도

돌아가신 아버님을 대한 듯 기분이 좋았다.

저녁에 퇴근하고 씻으러 들어가는 남편 또한 서랍을

열자마자 노란수건을 낚아채 듯 고르며 싱글벙글... ^^

별다른 추억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아버지가 생각나고 그리워서일 것이다.

 

 

 

 

 2014년  3월  22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