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워싼사람들

매화꽃이 폈다니...

평산 2017. 3. 19. 20:54


 오후 들어 창밖을 보니 미세먼지가 조금 나아진 듯하여 예정에 없던 어머님 댁으로 향했다. 

집에서 가장 짧은 거리로 걸어갔으면 梅花를 못 봤을 텐데...

마트에 들러 빙 둘러 갔더니 매화꽃이 피어있어 깜짝 놀랐다.

기온이 하루가 다르게 따뜻해지지만, 햐~~~ㅎㅎㅎ





 나오길 잘했다며 이 길을 지나지 않았다면 어찌 알았을까,

서울에서 3월에 梅花 보기는 참으로 어려운데 조생 귤이 있듯 '조생 매화'일까?




 설렘을 안고 어머님께 꽃이 폈다며 梅花 보러 가시자 했더니...

몸살이 나 방금 약을 드셨다며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으시단다.

梅花를 보시면 금방 나으실 것 같아 해 저물기 전 업어서라도 보여드리고 싶었으나,

몸무게도 몸무게지만 나갈 엄두가 영 나질 않으신다니 햇볕 쬐시며 봄기운에 달라지실 텐데 안타까웠다.



 

 보고 싶은 마음이야 가득하셨겠지만...

누구에게나 100m도 채 되지 않는 거리가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시점이 있을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딸기를 씻었는데 누구 먹으라고 사 갔는지 내 손만 왔다 갔다 하고는

콩나물국이나 끓여드리고 갈까 냉장고를 열어보니 알배추가 한 포기 있어...

 "어머니, 배춧국 끓여드릴게요."

 "마늘은 있지만 파가 없구나!"

약에 취하셔서 정신이 없으셨던 것이지, 파도 다시마도 있어서...

멸치육수를 내어 배춧국 끓이고 푹 익힌 마른 새우볶음에 집에서 가져간 두부조림!



 집으로 돌아오며, 그러니까 오늘의 매화꽃 발견은...

예정에도 없던 어머님 방문에 자주 오라는 뜻으로 보여준 깜짝 선물인가 싶었다.

 '이러다 봄이 금세 지나가겠는걸?'




2017년  3월  19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