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워싼사람들

셋이서 호수공원 산책!

평산 2025. 4. 17. 19:34

 텃밭에 가지 않는 날은 친정으로 곧장 간다.

요번에는 아버지를 버스정류장에서 만나 뵙지 않고

오라버니와 함께 갔기 때문에 댁으로 도착해서는 이른

점심이어서 대충 간식을 먹고 호수공원으로 향했다.

운동 겸 바람 쐬러 가는 것이다.

 

 겨울 동안에 아버지와의 산책은 팔짱을 끼고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호수공원을 걸었지만 날이 풀려서 그런가

혼자 걸으시겠다고 하여 셋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둥글게 올라가는 장미의 뜰은 물론 모든 장미원의

바람막이가 걷어져 햇빛을 온전히 받고 있었다.

 

 모자를 벗고 일부러 바람과 햇볕을 맞으며...

비닐로 꽁꽁 싸여 있던 장미나무 얼굴을 대하고

 

 공원에서 제일 높은 곳에서 독수리연을 날리는 

아저씨 옆에 잠시 앉았는데 꼬마들이나 연을 날릴 것 같지만 

어른도 한가롭게 취미생활을 한다 싶었다. 아버지께서 몸이 

무거우실 때는 집 앞에서나 30분 정도 거니는 것이 어떠시냐

여쭈니 산책은 한사코 이곳에 오시기를 원하셨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복잡하다는데 평일이라 한산해서

좋았고 아저씨들이 장미밭에 거름을 주고 있었다. 

 

 방향을 틀자 높은 건물이 보이지 않아 시원하였다.

 

 신발을 벗고 올라갈 수 있는 오두막은

가족끼리 돗자리 깔고 소풍 오거나 별안간 비가 오면

피하기 좋을 장소로 여러 채가 줄지어 멋스러웠다.

 

 넓게 한 바퀴 돌고 집에 도착했더니, 

아버지께서 삼계탕을 끓여놓으셨는데 인삼 반 고기반으로

얼마나 많이 퍼주시는지 밥은 조금밖에 먹을 수 없었고

덕분에 몸보신 제대로 하고 온 셈이 되었다.

 

 "너희가 나와 나도 고기를 먹는다."

 "혼자 있으면 된장찌개나 해 먹거든......"

딸이라고 오면 점심 차려드려야 하는데 항상 맛있는 

찌개나 국을 끓여 놓으셔서 실력발휘할 시간이 없네...ㅎㅎ 

대신 여기저기 청소해 드리고 오라버니와 차 타고 오면서

학창 시절 수학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었고,

예정에 없이 자식들 둘이서 움직여 아버지께서

더욱 기뻐하신 날이 되었다.

 

 

 

   2025년  4월  17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