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상에서떠남

남양주시 별내면 흥국사

평산 2025. 5. 6. 13:53

 불교신자인 친구가 이곳 흥국사 종무실에서 근무한다니

부처님 오신 날에 관계없이 절 구경하러 길 떠났었다.

 

 대충 짐작으로 가다 흥국사란 이름의 절이 여러 곳인 탓에

경기도 북쪽의 송추나 장흥이 나타나 아닌데 아닌데~~?

다시 찾아보고 방향을 바꾸었었다. 북쪽으로 달려간 덕분에 

철 지난 벚꽃을 한번 더 즐겼으며 다시 돌아 돌아 남양주

별내면에 있는 흥국사를 찾았던 것이다. 비교적 높은 곳에

일주문이 정갈하였고 광릉에 있는 봉선사의 말사였다.

 

 신라의 고승인 원광법사가 창건하였다 하며...

수락산 자락에 있어 '수락사(水落寺)' 였다가 조선 14대 왕

선조가 아버지 덕흥대원군의 원당을 짓게 되면서 흥덕사로

바뀌었고 임진왜란 때 소실된 절을 다시 16대 왕 인조 때

중건하여 흥국사로 바뀌었다는데 건물 기단만 봐도 

왕실에서 세운 듯 예사롭지 않았다.

 

 1790년(정조 14)에는 봉은사, 봉선사, 용주사,

백련사와 이곳 흥국사가 나라에서 임명하는 관리들이

머무르며 왕실의 안녕을 비는 사찰이었다니 겉으로는

불교를 억압했어도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는

더없이 든든한 곳이었나 보다.^^

 

 비 온 후여서 상쾌하였고 도시에서 벗어났기에

햇볕과 연둣빛 나무들이 더욱 맑고 찬란하였다.

 

 12시가 가까워 공양간에 도착했더니 끝났다 해서

어쩔 수 없이 절 구경하고 내려가서 먹으려 했는데

친구 덕분에 절에 대한 설명과 사찰밥을 먹을 수 있었다.

시장이 반찬이었고 오이소박이, 감자조림이 맛났다.

 

 흥국사는 약사여래불이 유명한 절이란다.

원래 정릉의 봉국사에 계시던 약사여래불이 이성계의 

병을 낫게 하자 효험이 알려져 신도들이 거세게 늘어났을 때

약사여래불께서 쉬고 싶으셨을까 홀연히 자취를 감추어

찾아다니던 중 어느 시냇가에서 발견되었다는데 장정들이

아무리 옮기려 해도 꿈쩍 않으시던 약사여래불께서

이곳 흥국사로 가시겠다 하여 모셔진 곳이란 전설(?)에

약사여래님을 꼭 만나 뵙고 와야 했다.^^

 

 절은 평지가 아닌 낮은 산으로 이루어져 마치 

성곽을 쌓은 것처럼 오래된 돌들의 경계가

느티나무와 고즈넉하게 어울렸으며...

 

 새롭게 개발되지 않고 그대로 두어 멋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절 뒷부분 언덕에 오르자 커다란

바위 위에 무엇으로도 고정하지 않은 듯 부처님들이

모셔서 있어 신선하게 다가왔던 장소다. 부처님은 그냥

바라시는 것 없이 '너 편안할 대로 둘러보아라!'

 '맑은 공기 마시고 가거라!" 하시는 듯 

자연스럽고 거슬림이 없어 절 구경 좋았다.

 

 

 

   2025년 5월  6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