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읽고난후

현대 단편소설 읽기 2

평산 2025. 6. 14. 11:55

 어제는 전철에서 85세 된 분을 만났는데 연령에

상관없이 당시에 우물가에서 때가 되면 보리쌀을 씻던

여인들이 고향에서 만나고 돌아가신다는 이야기에...

 "보리쌀 2분이면 씻지 않나요?"

 "당시의 보리쌀은 씻는데 시간 걸렸다오...ㅎㅎ "

 

 고향은 경의중앙선 팔당 옆 도심이란 곳으로 한강에서 

멱 감던 분들이셔서 지금도 헤엄을 잘 치신단다.

 "한강물 깊지 않았어요?"

 "그때는 깊지 않았어요, 서울서 아파트 짓는다고 

모래를 퍼가서 그렇지 깊은 곳이어도 허리춤이었답니다."

 

 기차에 흩어져 앉아계신 분들 연령층이 다양하셨으며

실제로 금촌, 안양, 등 먼 거리에 사시지만 전화

한 통이면 하시던 일 멈추고 모이신다고 해 놀라웠다.

 

 "서로 질투심은 없으셨어요?

 "모두 어려웠기에 질투심이 있을 수 없었지요."

그렇게 사시다 누군가 시집을 가게 되면 서로서로 버선이나 

베갯잇을 손수 만들어 수를 놓고 선물로 보내셨다는데

이야기 들으며 한 편의 단편소설을 읽는 듯했지 뭔가!

 

 

 111편 현대소설이 컴퓨터에 들어 있어서 

쉬엄쉬엄 읽었더니 진도가 56번에 이르렀다.

1930~ 40년대 소설에서는 여인들 인권이 무시된

내용이 많았다가 그 후로는 소재가 다양해져서

지주들의 착취나 여성들에게 향한 폭력이 줄었는데

이는 산업화에 따라 경제가 살아나며 여성들을 대하는

태도에도 성숙함이 길러진 덕분 아닐까?

 

 박종화의 '아랑의 정조'는 옛날이야기 같으면서도 깊은

감동을 주었고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는

자존심으로 똘똘 뭉쳤지만 무책임한 사내의 이야기!

이문열의 지금도 있을 법한 '필론의 돼지',

이범선의 '고장난 문'은 여러 날 현관문도 열지 않고

그림을 그리기도 했던 화가가 문이 고장 나자 단 1분을

견디질 못하고 화가 나는 정도를 자세하게 그려놓아

궁금증을 갖게 한 이야기로 소위 이름난 작가라 하여 

글마저 재밌지는 않았고 비교적 짧은 단편이어서 

시간 날 때마다 들여다보기 좋았다.

 

 

 

  2025년  6월  14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