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몸을 바삐 움직인 한가위였다. 애썼다며 마침 꽃이 피어 응원해주네, 아름다워라! 한가위에 앞서 아침 청소를 하다가 삐긋은 아니었는데 허리가 불편해졌다. 바르게 서지 질 않고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기울었으며 그렇다고 머리를 감을 때처럼 곧장 숙이는 것도 힘들었다. '이제부터 여러 날 일해야 하는데 어쩌나!' 천천히 청소를 끝내고 잠시라도 쉬자며 의자에 앉았더니 다시 일어서기가 힘들고 걸을 때는 뒤뚱뒤뚱 바른 자세가 나오질 않았다. 걱정스러워 허리에 파스를 붙이고 누워있어야 좋을지, 한의원이라도 가야 하나? 일을 대신 할 사람도 없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허리가 아프면 경험상 걸어야 부드러워져 마루에서 왔다 갔다 했다. 좋아지는 듯하여 요번에는 현관을 나가 계단 하나를 올랐다 내려왔다 했더니 평지보..
꽃 중에서 蘭을 예뻐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도 달라지는 것이 없어서이다. 어찌 보면 제일 등한시해도 되는 것이 蘭인 듯싶은데 한 뿌리 나오기가 영 힘들고... 물을 언제 줘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아 이따금 기분 나는 대로 줬었다. 보통은 흙이 말랐거나 잎이 늘어져있으면 주지만 蘭은 보채는 일 없이 맨날 비슷해서 모르겠었다. 그러고 보니 흙이 아닌 돌이 얹어있어서 웃거름이나 분갈이를 해주거나 영양분을 준 적도 없었다. 무엇을 먹고 살았을꼬? 한때 주인공이었겠지만 들러리로 따라온 식물들이 몇 배로 잘 자라 식구들 늘릴 때에도 살아 있으니 뽑아내질 못하고 비싸다니까 蘭 화분에 무엇을 심기도 그래서 그냥 마지못해 두었었다. 강한 햇볕도 싫어한다니 까다로운 것 같아 구석에 놓고 눈에 잘 띄지 않았는데 9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