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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날!

추란(秋蘭)일까?

평산 2018. 9. 11. 13:17

 

 꽃 중에서 蘭을 예뻐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도 달라지는 것이 없어서이다.

어찌 보면 제일 등한시해도 되는 것이 蘭인

듯싶은데 한 뿌리 나오기가 영 힘들고...

물을 언제 줘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아

이따금 기분 나는 대로 줬었다.

보통은 흙이 말랐거나 잎이 늘어져있으면 주지만

蘭은 보채는 일 없이 맨날 비슷해서 모르겠었다.

그러고 보니 흙이 아닌 돌이 얹어있어서

웃거름이나 분갈이를 해주거나 

영양분을 준 적도 없었다.

무엇을 먹고 살았을꼬?

 

 

 한때 주인공이었겠지만 들러리로 따라온 식물들이

몇 배로 잘 자라 식구들 늘릴 때에도 살아 있으니

뽑아내질 못하고 비싸다니까 蘭 화분에 무엇을

심기도 그래서 그냥 마지못해 두었었다.

강한 햇볕도 싫어한다니 까다로운 것 같아

구석에 놓고 눈에 잘 띄지 않았는데 9월 2일

처음 꽃대가 올라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어???

세상에나~~~ ㅎㅎ

 

 

 그동안 가게를 한번 옮겨 개업식이

두 번 있어서 예전 사진을 찾아보았는데,

똑같은 화분에 담겨있는 것을 보면 최소한 20년은

넘은 것으로 보인다. 긴 세월에도 잎이 열 뿌리나

나왔을까 말까 밉기만 한 蘭이더니,

춥게 놔둬야 정신 차린다는 말에 독한 마음으로

지난겨울 마루에 두어 깨어났을까!

사랑받고 싶었을까!

 

 

 그러니까 꽃을 보니 東洋蘭(?)이었나 보다.

선물로 들어왔을 때 꽃이 보였을 테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세월이 흘렀다.

화려하지 않고 은은하며 꽃잎은 6장으로

안에 암술인가가 동그랗게 들어있었다.

 

 화선지에 난치며 꽃을 표현할 때는 깔끔하면서도

머뭇거림 없이 휙휙 손목 돌리며 뻗쳐야 했던

기억이 지나고, 실제의 꽃을 살펴보니 그림과

비슷했지만 관찰하고 그렸으면 더 좋았겠다 싶었다. 

 

 기특하여 구석에서 꺼내 마루에 한가롭게 두었더니

과연 기품(氣品)이 있었다. 잎이 구부러지는

시점에서 꽃대가 7cm 올라올 때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는데 바로 지금이로세!

 '내 너를 등한시했건만 어여쁘구나!'

 

 

 

 

  2018년  9월  1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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