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밭에 가고 싶으시다며 너는 내일 집으로 오라셨다. "아버지, 그럼 저도 밭으로 가겠습니다." "그럴래?" 농부의 아들이셨던 터라 몸은 어려우시면서도 봄밭이 궁금해서 가신다니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요즘은 아버지 보호자 겸 가고 싶어 진다...ㅎㅎ 밭은 멀어서 9시에 출발해도 3시간이 넘게 걸려12시쯤 도착하므로 일찍 오신 아버지께서는 이미지치셔서 내가 오자마자 금방 집에 가자 하시니요번에는 청소를 다녀와서 하자며 8시에 집을 나서서11시가 갓 너머 도착할 수 있었다. 그나마 밭 주변에유동인구가 줄었다고 타고 온 버스가 내일부터 다니지않는다니 왔다 갔다가 더 어렵게 생겼다.대중교통 4번을 타야 올 수 있는 곳이라, 휴~~~ 쪽파를 조금 뽑아 놓으셨고 건너편에서 달래를 캐고 계셨다.예전에는 아버지께..

텃밭에 가지 않는 날은 친정으로 곧장 간다.요번에는 아버지를 버스정류장에서 만나 뵙지 않고오라버니와 함께 갔기 때문에 댁으로 도착해서는 이른점심이어서 대충 간식을 먹고 호수공원으로 향했다.운동 겸 바람 쐬러 가는 것이다. 겨울 동안에 아버지와의 산책은 팔짱을 끼고 집으로돌아올 때까지 호수공원을 걸었지만 날이 풀려서 그런가혼자 걸으시겠다고 하여 셋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둥글게 올라가는 장미의 뜰은 물론 모든 장미원의바람막이가 걷어져 햇빛을 온전히 받고 있었다. 모자를 벗고 일부러 바람과 햇볕을 맞으며...비닐로 꽁꽁 싸여 있던 장미나무 얼굴을 대하고 공원에서 제일 높은 곳에서 독수리연을 날리는 아저씨 옆에 잠시 앉았는데 꼬마들이나 연을 날릴 것 같지만 어른도 한가롭게 취미생활을 한다 싶었다. 아..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려고 길 건너려는데 신호등에 버스가 걸려 있어 눈을 고정하고 쳐다보았다.사람 먼저 건너라 파란불이 들어오면 행운이지만버스가 먼저 떠나면 25분을 기다려야 하니 어쩌나! 그런데 버스가 먼저 떠나 체념을 하고 붐비지 않는곳으로 옮겨 불 들어오는 의자에 앉아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한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에 동네보다는 2도 정도 차이나는 듯했는데 줄줄이 섰던 버스가 지나가면 햇볕이따스해서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읽다가 몇 분 남았는지 자주 전광판을 확인해야 했다.하나 떨구면 다시 25분이니까 신문을 거의 읽었을 무렵 버스를 타고 시간을 보니 늦겠어서 문자를보냈는데 아버지께서 읽지 않아 전화를 드렸더니벌써 와 계셨고 12분 늦어 두 손을 흔들며 만나 뵈었다. 다녀..

아버지께서 일하시던 공간이 팔렸다.막다른 골목에 있어 매도는 어렵다 생각하고 연세가 있으셔서 걱정이었는데 섭섭한 점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다행스럽고 개운한 일이 되었다.이어서 관리할 자식이 있으면야 형제들이밀어줬겠는데 거리도 있어 막막했던 참이었다. 잔금이 치러지기 전 필요한 물건을 살펴하고자 아버지와 일터 앞에서 만났다. 찬바람이 불고영하의 날씨라 썰렁했어도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바람이 없어 괜찮았다. 챙길 물건이라는 것은 펜치,낫, 사다리 등 연장위주로 층층마다 오르며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쭉 훑었는데 아버지 혼자서는 엄두를못 내셔서 내가 오길 잘했단 생각과 손수 일구신 곳이라여기저기 쳐다보시는 눈길이 나하고는 다르셨다. 박스에 필요한 물건을 담아 아래층으로 내려온 후 잠깐 밭에 다녀오겠다며 달려갔더..

손 아래 올케가 참 이쁜 짓을 많이 한다.말도 그렇지만 행실도 올바르고 표현을 잘하고똑똑하며 애틋한 마음, 측은지심(惻隱之心) 또한 많아서남동생보다 시아버지인 우리 아버지를 생각하는마음이 알뜰하고 훌륭하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예쁜 우리 올케의 여동생이다.시집을 가지 않았으면 사돈처녀지만...결혼을 했으니 뭐라고 불러야 할지...ㅎㅎ 바로 언니의 시아버지를 찾아뵙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중요한 시점에서는 꼭 나타나서분위기를 바꿔주기도 하고 반찬이나 찌개거리 과일 등음식물을 준비해 혼자 언니의 시댁을 방문하기도 한다. 올 때마다 세상에 이런 일이?...ㅎㅎ 전업주부도 아니어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가까운 편이라고 언니의 시댁을 찾아오다니...다녀갔다는 이야기만 듣고도 감동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