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면 김장김치가 끝났으면 하는데... 배추는 몇 쪽 남았지만 총각무나 깍두기를 다 먹어서 제주산 무가 끝나기 전 깍두기를 담고 싶었다. 무 8개와 대파 한 단을 합해도 10000원이 되질 않아 배달은 시킬 수 없어 양손에 들고 왔다. 내 앞에 지팡이 들고 올라가시는 어른이 계셨는데 나 때문에 마음이 급해지실까 염려가 되며 한편으로는 천천히 계단을 오르심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었다 싶다. 무 썰면서 맛을 보니, 달콤하며 아삭한 식감에 물 많고 시원하였다. 김치 중에서 깍두기 담기가 제일 쉽다. 2시간이면 족히 일이 끝나니까 말이다. 마침 반찬 하려고 육수를 냈어서 양념이 수월했으며 작년 봄에 담근 새우젓이 숙성되었지만 믹서기에 갈기가 귀찮아 언제 날 잡아서 해야겠고, 요번에는 얼마 전에 담근 굴젓을 대신..
부엌을 정리하다 식빵믹스가 나와서 마음 변하기 전에 식빵을 만들어보자 했다. 20년 전에 산 제빵기가 멀쩡하였고, 요즘 빵값도 비싸질 않나! 그냥 밋밋한 식빵보다는 무엇이 씹히는 게 좋아 일단 귀리로 오트밀을 어떻게 만드는지 찾아보았다. 하지만 오트밀은 기계로 눌러 납작하며 부드럽던데 그대로 식빵에 넣으면 호밀빵처럼 질감이 날까? 갸우뚱하다 시험 삼아 귀리를 씻어... 무작정 볶아봤더니 세상에나~~~ ㅎㅎ 두 배 정도 커지며 뻥튀기가 되는 게 아닌가? 순간 깜짝 놀라기도 하고 마구마구 신기하였다. 어쩌다 저지른 일이 신통하기도 하지, 퀴리부인이 달리 노벨상을 탔을까, 이리저리 해보다 우연히 발견하여 탔다는데 말이야! 처음에 만든 식빵은 귀리만 넣었고, 두 번째는 더 맛있어지라고 볶은 귀리와 땅콩을 넣었는..
밥 먹으러 온다고 하여 무엇을 할까? 실한 봄동을 5 포기 사 왔다. 국거리 양지머리가 명절밑 남아서 된장국과 이왕이면 상큼하게 겉절이도 만들고 싶었다. 봄동을 반으로 갈라 꼭지를 다듬고 잎을 일일이 씻으며 노란 가운데 부분은 따로 모았다. 고기를 참기름으로 볶다가 마늘을 넣었고 다시마육수를 부어 된장을 풀고는 봄동 한 소쿠리를 비웠다. 끓을 때 대파를 넣고 맛을 보니 부드러운 건더기도 훌륭했지만 단맛이 우러나와 고급진 된장국이 되었다. 겉절이 양념도 너무나 쉽다. 마늘, 대파, 깨소금, 고춧가루, 매실청, 양조간장 조금, 멸치액젓을 넣고 섞어준다. 싱거우면 괜찮아도 짜면 곤란하니까 양을 헤아리며 간을 맞춘다. 가운데 부분만 모은 봄동이 두 접시정도라 소금에 절이지 않고 큰 잎만 손으로 잘랐다. 봄동김치..
결론: 일주일이 지나 숙성되어 먹어 보니 맛 좋다.^^ 해산물이라 2월까지는 담가야 한다. 어딜 갔다가 마트에 들렀더니 굴이 할인이었다. 겨울철이면 몇 번 사서 초고추장만 만들면 되니까 손쉽게 하는 고급 반찬으로 꼽고 있는데 요즘 생으로 먹을 경우에는 노로바이러스를 조심하라니 몇 번 사려다 주저하기도 했다. 혹시 숙성시키면 바이러스가 사라질까? 긍정적인 마음으로.... 2근(800g)에 만원이라서 굴국, 굴밥, 젓갈을 떠올리며 씻으려고 비닐을 벗기니 더욱 싱싱해 보여 이왕 하는 김에 더 해보자며 마트에 내려갔는데 그 사이에 2근에 8000원으로 가격이 내려갔지 뭔가! 굴젓은 처음이라 공부를 많이 하였다. 전통적으로 젓갈을 담는 방법은 굴이나 오징어나 조개젓이나 똑같아서, 소금을 넣어 씻은 후 물기를 빼고..
명절이 다가와서가 아니라 볶음깨가 떨어졌다. 그래서 일단 시간이 오래 걸리는 차(茶) 끓이려고 인삼, 대추, 생강을 넉넉하게 넣어 불에 올렸다. 선물로 들어온 홍삼액을 먹은 후 가격이 있어서 망설이다 인삼을 직접 달여 먹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그러잖아도 겨울이면 몇 번을 끓이기도 하는데 재탕까지 하고 내용물을 버리려니 다시 물 넣고 끓여서 물 대신 마시자는 의견에 삼탕을 한 셈이다. 차 끓이는 옆에 깊숙한 팬을 올렸다. 팬이 달궈지자 머릿속에 하나 둘 불에 올리면 개운하고 좋겠는 재료들을 떠올렸다. 말끔한 깨를 제일 먼저 볶아내고, 달래장을 시작으로 요즘 잘 먹고 있는 돌김을 구웠다. 달래장이 떨어져 사러 갔더니 없어서 대신 대파를 듬뿍 넣어 양념장을 만들었는데 이 또한 좋았다. 김 부스러기를 털고서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