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만에 만난 친구가 있다. 맛있는 것 사준다며 직장 있는 곳으로 오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지만 멀기도 해서 못 갔더니 중간쯤인 안국동에서 만나자 하였다. 맛집이라며 식당에 들러 예약을 하고 소식이 올 때까지 잠깐이나마 구경하자 해서 근처의 헌법재판소에 들렀다. 이곳에 백송(白松)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창경궁과 비슷할 거라며 작년에 전시회만 들렀다 나왔는데 중요기관인 만큼 층층마다 검사가 엄격하더니 마당만 구경하는데도 수위실에서 서명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는 건물 뒤쪽으로 돌아갔는데, 햐~~~ 구경하러 올만 했다...ㅎㅎ 멋스러워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으니 말이다.^^ 뿌리 부분을 구경하고 싶어 위로 올라가 보았다. 언덕에 심어지긴 했어도 오른쪽 재판소 건물과 비교해 보면 나무의 크기를 헤아릴 수 있을 ..
아침에 일어나 세수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낮에는 너무 햇볕이 강하니 웃자란 나무들 가지치기 하기로 해서다. 이때가 6시 40분 정도였는데... 산에 안개가 걸쳐있어 신선하게 느껴졌다. 주위의 집들은 마당 안으로 텃밭을 두었지만 친구네는 꽃과 잔디만 있어 단순하면서도 찻집보다 예쁘다. 삽목 하여 자랐다는 수돗가의 수국이 싱그러워 절정이 아니었을까! 봄에 가면 꽃이 없으니 화려하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송이송이가 곱고 탐스러웠다. 입구의 화단은 이제 막 첫 꽃이 핀 듯... 어린 수국으로 키도 낮아 앙증맞고 귀여웠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이렇게 가꾸기 쉽지 않지! 장독대 뒤로 보이는 삼색버드나무 앞에 섰다. 모자와 장갑에 장화를 신고 가위를 잡고서였다. 잘못되면 어쩌나! 자르기에 앞서 부담이 없었던 것은 ..
봄에 고사리 꺾으러 못 가고 날짜가 뒤로 미뤄지면서 이제야 오게 되었다. 날 더우면 누구네집 가는 것도 민폐라는데... 망설여지다가 가고 싶다가 더 나이 들면 이런 날이 그리울 것이란 친구 의견에 기꺼운 마음으로 변했다. 터미널에 우리를 맞이하러 온 친구! 가끔 서울로 올라와 만나기도 하지만 참 반가웠다. 하룻밤 자고 가는 것은 나뿐이어서 반찬에 신경 쓰지 말래도 커다란 완두콩 밥에 보이는 나물만 8가지로 각각 향과 식감이 다르며 속을 편안하게 해 주더니... 무쇠고깃국과 골고루 어우러져 장 청소를 한 셈이다. 집에 있어도 시원하고 좋았지만 가까운 호수에 나가 커피 한 잔 하고 바람 쐬고 오자 해서 시골풍경을 마주하며 예전에 갔었던 천장호를 지나 요번에는 새로운 '칠갑호'로 향했다. 청양집도 카페와 같아..
올 들어 두 번째 모임은 여고에서 하기로 했다. 약속을 정할 때에는 어서 그날이 왔으면~ 했어도 막상 그날이 오니 날도 더운데 집에 있을까? 망설여졌지만 오랜만이라 참가해 보기로 했다. 현재의 정문 모습이다. 3년 동안 걸었던 예쁜 길이 눈에 들어왔다. 자유롭고 밝게 키워줘서 살면서 내내 고마운 곳! 이 날은 호호백발 할머니 선배들도 많이 오신다. 3학년 때 드나들던 교실... 정원은 변함 없는데 나무가 자랐다. 앉아서 조회를 했던 노천극장! 그래서 월요일 조회가 하나도 싫지 않았다. '여전히 아름다웠어라!' 약속장소인 유관순기념관이 뒤쪽으로 보이며, 끝나고 잔디에서 동기들과 사진을 찍는데 아이스크림을 먹던 소녀 후배들이 얼른 나서서 이런저런 자세를 부탁하며 함박웃음을 주니 고맙고 귀여웠다. 당시에도 기..
결혼이 다소 늦은 친구가 이제야 대학입시를 마쳤다. 만나고 싶어도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니 연이은 행사에 아이가 셋이어서 꼼짝 못 하다 막내 입시가 끝났다고 창경궁에서 모처럼 시간을 가졌다. 밖에 나오는 것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고 연신 싱글벙글한다... ㅎㅎ 궁이 넓어서 그렇지 찻집에서 만났으면 격앙된 목소리에 어쩔 뻔했나!^^ 왕과 왕비의 침소인 통명전을 지나 사도세자가 태어났다는 만복헌 마당이 어쩐 일로 열려있어서 햇살 좋은 마루에 앉아 차 한잔에 이야기 나눌 때는 조심스럽기도 했다. 우리가 앉아 있으니 한 무리가 더해져 커피를 마시고, 지나가던 어떤 여인은 당신의 이야기를 30분 정도 들려줘서 길에서는 모두 친구가 될 수있음을 실감했어도 시끄럽지나 않았을지... 춘당지를 반바퀴 돌고 이어지는 대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