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확하게는 두 번째 눈이 왔다. 첫눈도 산을 오르며 맞이했지만 셀 수 있을 정도로 날리다 말아 첫눈이라 기억하기 시시했다. 또다시 산을 오르는데 두 번째 눈이 날렸다. 마음속으로는 첫눈이었다. 쌓일 만큼은 아니었지만 제법 눈발이 앞을 가렸다. 첫눈이라니 그리운 사람을 떠올려봤다. 학창시절 멀리서 보면 기분 좋은 사람이 있었지만 부모님은 살아계시고 딱히 떠올려지는 사람이 없었다. 첫사랑이 낭군이라 옆에 있어서 나름 시시한가? 아니야, 그랬기 때문에 이 남자와 살았더라면, 저 남자는 어땠을까란 미련 없이 복잡하지 않아 다행스럽다 말하겠다.^^ "걸으며 무슨 생각을 하니?" "글쎄, 아무런 생각 없을 때도 많아." 어떤 글에서 읽은 복식호흡 30회에 들어갔다. 숨을 들이쉬며 배를 불리고 뜸 들일 수 있으면 그..

방을 트면 넓게 써서 좋지만 이중창이 아니라 북쪽에 놓인 문간방에는 찬바람이 솔솔 불었다. 여름에는 시원한 맛에 그냥 살았는데 요번 겨울에 우리도 뽁뽁이를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비닐을 사러 가자니 부피가 있으니까 택배로 주문하자고 하여 25000원 정도가 들었을 것이다. 뒷산에 다녀오니 방 창문에는 했다며 자랑을 한다. "와우~~ 바람이 없어 훈훈하네?" 진작에 할 것을 그랬다고...ㅎㅎ 멀리 경기도에서 결혼식이 있어서 김장에 이어 피곤했기에 잠시 누웠는데 밖에서 무엇을 하는지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비닐이 많이 남아 다른 창문에도 하려고 재단을 했단다. 준비물로 줄자는 재단할 때, 커터칼과 막대자, 물뿌리개, 마른 수건이 필요했다. 아참, 물휴지도 시작 전 창문을 닦으며 요긴하게 쓰였다. 언뜻 생각..

마트에서의 일정과 나의 김장하기 계획이 맞아서 주부의 마음을 잘 읽는다며 기뻤다. 뭐라도 담그면 양념이나 재료가 남아 그다음에 활용하면 좋으니까! 해마다 고랭지 배추로 했는데 올해는 해남배추가 닿아 배달(요번에는 벨을 눌러주었음)이 되어 잘라 보니 길이가 짧으며 속이 노랗고 고소한 냄새에 시작부터 기운이 났다. 망에 배추를 욱여넣다가 상처 난 잎을 제외하면 파란 잎을 모두 사용하였다. 다발무 한 다발과 하루 전의 쪽파값에 비해 (5600원이었다가 9800원으로 뜀) 너무 올라서 추위가 찾아와 작업을 못 했을까 싶었다. 다발무의 무청이 모조리 떨어져 그냥 버릴까 하다 추렸더니 생각보다 많은 양이라 버리지 않길 잘했다. 삶아서 고기 한 근을 달달 볶다가 무시래기 몽땅 넣고 된장국을 끓였는데 해장국처럼 얼큰하..

알타리무 특품을 준비한다고 해서 기다렸었다. 한 박스에 5단으로 꺼내볼 순 없었지만 겉보기에 마음에 들어 쪽파와 대파, 노지갓 한 단을 사 왔다. 알타리무 5단은 13980원, 태생이 뽀얀 다리로 뽑을 때 진흙이 어쩌면 점(點)처럼 묻을 수 있는지 궁금하였다. 배달을 시키고 시간이 흘러도 오지 않아 혹시? 하고 문을 열어봤더니 와있어서 답답한 마음이었다. 벨을 눌러줘야지 그냥 가면 어떻게 아냐고??? 쪽파는 5600원, 노지갓은 6800원으로 비싸게 느껴졌는데 다음날 배추김치를 할 것이라 반씩 나누어하기로 했다. 그냥 넣어보는 것이지, 갓의 역할을 잘 모르겠다. 앉아서 다듬기가 어려워 싱크대 앞에 서서 했더니 허리가... ㅎㅎ 무청을 좋아해 떡잎과 누렁잎만 떼고 최대한 남겼으며 좀 질기다 싶은 잎은 삶아..

바람도 없고 날이 참 좋았다. 마음 같아서야 가까운 토왕성폭포라도 다녀오고 싶었지만 케이블카라도 탈 수 있어 즐거운 날이었다. 매표소까지 올라가며 남아있던 단풍이다. 춥지 않은 날 설악동에 머물며 날마다 산책코스를 달리해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간 친구 덕분에 케이블카를 일찍 탈 수 있었다. 계곡이 나타났고 저 다리는 어디며 누가 건널까? 계곡은 동해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뾰족한 바위를 지날 때 단숨에 올라가는 것이 느껴지고 몇 구비를 넘자 길지 않게 도착하였다. 다른 케이블카에 비하면 짧은 편으로 금세 해발 700m를 올라왔다니 이래서 여러 사람이 두루 즐기라고 케이블카가 있는 거구나 싶었다. 권금성으로 오르고 있다. 한 번은 겨울날 케이블카에서 내리자마자 세찬 눈보라에 앞이 안 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