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문회에서 만나기로 했다. 올해가 가기 전 셋이서 모이게 되어 동문회야 뒷전이었고 얼굴 볼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약속 정할 때만 해도 긴 시간이 남은 것 같았으나 금세 그날이 돌아왔다. 전체가 모이는 시간은 6시 30분이지만 여성동문들은 5시에 만나 브로치를 만든다고 했다. 이왕 가는 거 참가해보기로 하고 장소에 도착했더니 바늘과 실, 조그만 원석들과 가죽 조각, 헝겊, 구슬 그리고 옷에 달 때 필요한 옷핀이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건네주며 만들어보란다.^^ 대충이라도 올려놓고 구상할 수가 없었다. 바느질을 해야 하니 구슬이 생각했던 모양대로 가만있을 리 없어서 그냥 꿰매며 모양을 만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작은 구슬까지 구멍이 나있어 신기하였다. 가죽을 꿰매다 바늘이 부러져 다시 건네받고 친구들이 모이니 ..

"무슨 꽃이에요?" "능소화입니다." 임금에게 하룻밤 승은을 입은 여인이 담장 너머로 언제 다시 임금이 오실지 기다리는 꽃이라나요? 늙고 냄새나며 사랑하지도 않는 임금을 왜 기다리는지 모르겠어요. 오면 오는 것이고 아니 오시면 말면 되는 거지요.^^ 이제 개인 처소가 생겼겠다, 몸종도 있고 어느 정도 지휘가 주워졌으니 기존과는 달리 능소화의 조용한 듯 알찬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까막눈일 경우 글을 배우려 하겠어요. 당시에는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 배운다는데 미움받진 않을 것입니다. 글씨를 배우고 책을 대할 때의 기쁨이 벌써부터 느껴집니다. 여름에는 모시에다 간단한 수를 놓아 방문에 시원하게 치고 마루에도 하나 장만하겠어요. 윗사람에게 선물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다 질투로 연결되며 말들이 많으니 주..

그 날은 6월이었지. 장미가 몽글몽글 피어나던... 난, 마음이 설레었어. 교생실습이 있었거든. 자주 입지도 않았던 치마를 입고서 아침 일찍 출근하는 일이 몹시 생소했던 어느 날이야. 난, 그 날 까망 땡땡이 무늬의 치마와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갔었다? 별로 인기는 없었던 것 같아. 마포에 있던 중학교였는데? 아침자습을 너무 억지로 시키시는 것 같아서 자율적으로 공부하도록 했으면 하다 결국은 기말고사 반 평균만 흐려놨지 뭐야? 모든 것을 성적으로 평가하니 의욕에 찼다가 스스로 자질이 없다고 느끼기도 했어. 정말, 자만심은 금물이지! 어느 곳에서나... 그렇게 힘이 없던 내가 퇴근 시간이 되어 여러 동료들과 학교 대문을 나오니, 지금의 남편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손에는 우산을 하나 들고서... 그..

내 사랑은 수수깡이다 유난히도 습했던 지난 여름 무성한 줄기와 잎과 눅눅한 초록빛 바다에 그리운 키만 자라나 가느다란 바람에도 흔들흔들 슬픔 많은 수수깡이다. 텅빈 멀대가슴 미풍에도 애처로이 흔들흔들 현실은 빈 그림자 과거는 남 그림자 내일은 알알이 외로움만 늘어 고개 무거워질까 두려운 주렁주렁 수수깡이다 오랜만에 보관함을 기웃거리다 발견한 詩이다. 나름 소중해서 간직했는데... 그 시절 이 詩를 받고 미안함과 고마움 행복하면서 안타깝기도 했었다. 세월이 흘렀으니 여유롭게 바라보는 詩가 되었네! 2017년 1월 21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