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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장충동에 내리면 오래된 빵집이 있다.
그곳에 들러 얼마나 맛있을지 빵을 몇 개 골랐다.
다녀오는 김에 들르면 좋았겠지만 시작 지점을
이곳으로 해야 성곽으로 오르는 길을 쉽게 찾을 것
같아 그녀와의 약속을 빵집으로 정했는데...
집을 떠나 버스가 달리고 있을 때 몸이 안 좋아
이제야 일어났다며 못 온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미리 전해졌으면 혼자서 가지 않았을 것을
이왕 향하고 있으니 가보자 했다.
왼쪽으로 보이는 장충체육관을 돌아서자
성곽으로 오르는 이정표가 보였다.
예전에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몇 년 사이에
길이 정비되어 입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성곽을 오르는 느낌이 예전과 달라 왜 그럴까?
이유는 성 안쪽 길과 바깥쪽을 걷는 차이에 있었다.
성 바깥쪽을 걸었을 때는 5~ 8m 되는 성벽의
높이가 고스란히 느껴져 위협적이면서 세월의
흐름에 이끼가 까맣게 끼고 곡선미에 멋스러웠으며
동네 구멍가게나 어르신들이 나와 앉아계신
모습까지 정겨웠는데 성벽 안쪽은 담이 낮아
편안함과 깨끗함이 있었다.
한양도성은 한성부의 경계를 표시하고
왕조의 권위를 드러내며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된 성으로 1396년(태조 5년)에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의 능선을 따라 쌓은 이후 여러 차례
보수를 하며 오늘에 이르렀는데...
걷다 보니 바로 옆으로 생각지도 못한 신라호텔의
나무 담이 있어 넘겨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진 찍는 신혼부부들이 보이고...
호텔 산책길이 남산과 나란히 올라가고 있었다.
조경이 특이하진 않았고 자연스러웠다.^^
장충체육관이 있어 장충동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도를 보니 다산동이라 했다.
혼자서도 잘 왔다는 생각에 씩씩하게 올라갔다.
붉은 건물의 신라호텔이 멀어지며..
북쪽으로 북한산과 북악산이 보였다.
나무숲 사이로는 종로나 충무로가 숨어 있어서
허파로서의 남산 역할도 참 중요하였다.
복잡함을 피해 소나무가 보이는 호젓한
길을 걷다가 헤매기도 했다. 성곽으로 향하는 길이
아니라 그냥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걷기 하러 오지 않았느냐며 위안을 삼았다.
나무 테크 길이 복잡하게 보이고
골프 연습장이 붙어 있어 외면했더니
성곽으로 향하는 길은 바로 이곳이었으며...
지도를 보면 하얀 동그라미의 현위치에서 성곽이
노란 점선으로 나타나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좀 어두웠던 낯선 길로 이어져
클럽과 스파가 있는 건물을 빠져나오자...
길 건너 국립극장이 보여 안심이 되었다.
비로소 아는 길이 나온 것이다.
붉은색의 남산 순환버스가 올라가는 게 보인다.
전기차로 공해가 없어 나란히 가도 좋았다.
혼자서 걸으니 앉아서 쉬기도 그랬고...
한 시간여 지났을까 숲을 내려다보고 서서 빵 하나
꺼냈는데 배가 고픈 것도 몰랐으나 허겁지겁 들어갔다.
빵 사 오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ㅎㅎ
덕분에 남산 구간을 걸었다 싶다.
정상에 가까워져 잠실 빌딩이 보이고
남산타워도 코앞에 있었다. 성곽은 계속
이어지질 않았고 보이지 않다가 다시 불현듯
나타나 궁금할 즈음 기쁨을 주었다.^^
2021년 11월 22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