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문화유적길에 걸맞게 한음 이덕형의 신도비를 지났습니다.

둘러보니 내용 설명은 실해진 것 같으나 잔디밭은

부실해진 모양이었어요. 이덕형의 생애와 업적을 기록한

신도비는 세상을 떠나신 지 40년 후(1653년)에 세웠다는데

글씨가 마모되어 돌만 서있는 듯했습니다.

 

 선조 25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외교관으로서

일본 장수를 만나 잘잘못을 따지고 명나라에 군사를

보내 줄 것을 요청하였으며 광해군 때 영의정을 지내는 등

관직을 두루 거치셨어요. 광해군의 이복동생인 영창대군과

그의 어머니인 인목대비를 내쫓으려 할 때 이를 반대하다 

관직에서 물러나 이곳 양서면에 머물렀다 합니다.

오성(이항복)과는 서인과 남인계통으로 달랐지만 

당쟁을 초월하여 절친한 사이였던 점이 알려집니다.

 

 

 신도비를 지나며 숲으로 이어졌어요.

쑥이 보이면 지나치기 어려웠는데 잠시 멈추고 

붉게 익었던 얼굴 식히며 시원해서 좋았습니다.

으아리가 탐스럽게 피었지요?

 

 

 산길은 이렇게 조붓했습니다.

물소리와 잠시 멀어지나 봅니다.^^

 

 

 커다란 고사리(관중)가 볼만했습니다.

길 양쪽으로 번져가는 모습이었어요.

힘찬 생명력이 보였습니다.

 

 

 길이 나기 전에는 아주 깊은 산골이었을 거예요.

셋이 갔으니 망정이지 둘이면 무서웠을 것 같아요.

산을 하나 넘었는데 다시 올라가길래 손무게를 덜고자

들고 가던 쑥 보따리를 우겨 배낭에 넣고는 힘내자며 

노래를 부르고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가다 보니 마시던 물이 바닥났습니다.

두유 한 봉지가 남아 빨대를 넣어 눌러서 나눠 마시고

가게가 나올 때까지 견딜 수 있었겠지만 심리적으로

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드디어 그늘진

숲길에서 벗어나나 봅니다. 뽕나무가 있으면 

나물이 맛있다니 순을 꺾기도 했어요.^^

 

 

  평화로운 마을이 나타났습니다.

9시 30분에 동네에서 만나 양수역에 11시쯤 도착하여

걷기 시작하고 이곳 마을까지 4시간 30분 걸렸는데...

앞으로 신원역까지는 1시간쯤 더 가야 했어요.

 

 

 해당화가 곱게 핀 마을에 도착했지만 집 앞에 서성이는

사람이 없어 물은커녕 터덜터덜 움직이는데 

마을 끝을 지나 다시 언덕을 오르기 전일까 

아주머니 한 분이 나타나셨습니다.

 "아주머니, 물 좀 마실 수 있을까요?"

 

 지하수여서 시원한 물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린다는데

연거푸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참을 수 있다 여겼지만

물이 필요했었나 봅니다. 배가 불룩해져서 물 인심에

감동받고 나오다 창문에 된장, 고추장, 무말랭이 가격이 

있어 여쭈었더니 2 봉지 남았다며 집에서는 반찬을 해도

먹지 않는다 무말랭이를 가져가라 하십니다.

현금이 있어야 드리지요.

복 받으실 거예요.^^

 

  

 신원역에 가까워지며 몽향 여운형 생가를 지납니다.

지치지 않았으면 둘러봤을 텐데 머리로는 들어가자고

하나 다리가 영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집에 와서야 여운형에 대해 찾아보았습니다.

독립운동가, 정치가, 언론인, 체육인으로 소개될 만큼 

두루 갖추셨고 잘 생기셔서 인기가 많았다 합니다.

당시에 김구나 이승만보다도 지지율이 높았더라고요.

김일성에게 자식을 맡길 정도로 가깝게 지냈고 또 

김일성은 그 자식들을 소련에 유학 보내기도 해서

북에서는 높은 직에 있었다 합니다. 사적으로는 

여성편력으로 아내의 마음고생이 심하였다는데

 '몽양 어록길'이라 하여 남긴 말씀 중 좋은 구절을...

 

 

 돌에 새겨놓은 길이었습니다.

몇 개 읽어보았어도 어서 기차역이 나왔으면 좋겠단

생각에 글귀가 제대로 들어오진 않았어요.^^

  

 

 집에 돌아와 쑥과 나물(뽕잎싹, 씀바귀, 치커리)을 분

리하여 나물부터 삶고는 하룻밤 담가놓고 무침했는데

부드러운 기간은 지나 생생한 나물이었어요.^^

    

 

 쑥도 연이어 삶아 씹어보니 질긴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떡은 만들어야겠는데 어떻게 할까... ㅎㅎ

값진 쑥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

소쿠리에 건지며 행복한 고민을 했습니다.

 

 3시간이란 거리를 5시간 30분 걸렸더라고요.

다음날 다리가 멀쩡하여 다행이었고 곧이어

물소리길 2코스로 떠날 준비를 해봅니다.^^

 

 

 

 2023년  5월  22일  평산.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