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시간 났을 때 물소리길 한번 더 다녀오자고 했다.
아침 9시 30분에 같은 장소에서 만나 지하철을 타고
경의 중앙선을 달려 아신역에서 내렸다. 3코스는 예전 길과
초입에서나 조금 달랐지 비교적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역에서 내렸지만 한적하기만 하고 매점하나 없어서
물 구하려고 마을길을 조금 내려오니 오래되어 보이는
굴뚝과 건물이 인상적이어서 어떤 곳일까 둘러보기로 했다.
마침 쓰레기 재활용을 하시던 분을 만나 이곳이
무엇을 하던 장소였나 여쭈니 일하시다 말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영화촬영도 했었다는데 제목을 모르겠네?... ㅎㅎ
베트남을 배경으로 할 때 이곳에서 찍었다는데....
'범죄의 도시'였나? 암튼 이곳은 1960~ 80년대에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는 양잠업이 성했던 곳이란다.

부지가 꽤 넓었는데 중국에서 값싼 비단이 들어오자
쇠퇴하였다며 양평 주위에 뽕나무가 많은 것과
연관이 있어 보였다.

기계들은 철수하여 건물만 남은 모습이어도 멋스러워
안타까운 점이지만 남겨야 하는 유산처럼 보였다.

그러다 아신역에서 내려 길만 건너왔을 뿐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어 사람 사는 아름다운 동네가 나왔다. 초입에
매실이 주렁주렁하며 논두렁에는 미나리가 자라
쭈그리고 앉았다가

봄나물로 치면 왕이라 할 수 있는 엄나무 군락에
기차가 지나는 동네여도 깊은 산촌 같았고
한편 부럽기도 하며 귀하게 보였다.

담벼락에는 또 찔레를 닮은 순하게 생긴 장미들이
수줍은 듯 해맑게 웃고 있어 기분 좋아지고...

늘어지게 달려서 무섭기까지 했던 흑자두가 올해는
좀 일찍 왔는지 크기가 작고 시원찮아 시간이 흘러야 했다.

동네의 오디가 익지 않아 기대하지 않았지만
따 먹을 만한 게 더러 있어서 입가심하며 두툼하고
잘 자란 뽕잎은 茶 끓이려고 몇 줌 채취하였다.

마을에서 산으로 올랐다 옥천면으로 내려와
면사무소에서 오디에 뽕잎에 보랏빛으로 끈적거리는
손을 씻고 점심을 과일과 함께 천천히 먹고는...

남한강 지류인 사탄천을 지났다.

지도를 보니 우리가 내린 아신역에서 넓게 마을을 돌아
다시 아신역 가까이 접근한 것과 같았다. 그러다

벚나무가 늘어서있는 둑을 지났는데...
처음 왔을 때는 이 길이 아름다우면서도 아주 멀게
느껴졌으나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시시하기도 했으며
이길 끝에 산딸기가 주렁주렁했던 기억이 지났다.
그 사이 곳곳에 색색의 의자가 놓여있었네!

자전거길에는 금계국이 환해서 보기 좋더니 앞서간
아저씨들이 제초기로 제거하고 있어서 시끄러운 소리에
왜 제거하시는지 여쭙진 못했다. 이유가 있겠지만
아쉬웠어라!

드디어 육교를 지나자 남한강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물과 나란하게 걸으며...
수상스키 연습장을 몇 곳 지났다.

많이 따먹었던 야생 보리수가 덜 익어 맛만 보았고,

햇볕은 강했어도 모자 대신 양산을 써서
양산에게 무척 고마움을 느낀 날이었다.

이승훈 베드로가 1784년 북경에서 세례를 받은 후
신앙생활을 실천한 '양근성지'에 예전에는 늦어서 문이
닫혀 못 들어갔으나 열려있어 조용히 쉬었다 나왔으며
천주교 신자들의 성지순례하는 장소였다.

물소리길 3코스를 눈여겨보지 않고 지난번에는
이곳에서 양평역까지 빠르게 생각되는 길로 걸었으나
집에 와서 지도를 보고 잘못되었음을 알아 요번에는
제대로 걸어보자며...

양강섬으로 향하였는데 길이 훨씬 아름다웠다.
남한강 이포보부터 팔당댐까지를 양강이라 한다나?
양강섬으로 들어갈 때 건너는 부교의 모습이다.

물소리길 자체가 한적한 시골길이긴 하지만
양강섬에 들어왔더니 車가 다니지 않아 시끄러움이
전혀 없어서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이곳은
천주교 순교지이기도 했고...

남한강 유역에 위치한 백제시기의 무덤 적석총이
발굴 중인 곳이기도 했다. 동글동글한 돌이 구릉지대
위로 많이 보였는데 애초에 여의도처럼 물에 의해서
만들어진 섬이 아닐까!

양강섬에는 특히 들풀 같은 보라꽃이 많았다.

이제 양근교를 지난다.

양근천을 따라 걸어 올라오면 왼편에 양평역이 보인다.
오늘의 여정이 끝난 것이다. 23000보쯤 걸었다 했나?
시간이 가며 몸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도 지난다.
물소리길을 걷다 보니 운길산역에서 정약용 생가 쪽으로도
걸어보고 싶어 관광안내소에 들어가 여쭈었더니 남양주라
구역이 다르다 하시면서도 친절하게 지도를 뽑아주셔서
다음 걷기 할 장소로 마음속에 정해두었다.
올해 들어 비교적 많이 걸었네!^^
2025년 6월 6일 평산.
'늘상에서떠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둘레길14(구일역~ ) (3) | 2025.06.28 |
---|---|
정약용길(운길산역~ 팔당역) (10) | 2025.06.17 |
[김포] 호수공원 장미원 (2) | 2025.06.02 |
임실 옥정호 작약원 (10) | 2025.05.25 |
의릉과 천장산 오르기 (3) | 2025.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