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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 들어 작가들이 권하는 책 몇 권을 샀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재미있게 영화를 봤던

기억이 떠올라 읽어보는 기회를 가졌으며,  

느릿느릿 서두르지 않는 편인데 읽다보니 3일도

못 걸려서 의외였던 멕시코의 소설이다.
원래의 제목은 'Como agua para chocolate'로 초콜릿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심리 상태나 상황을 의미한단다.

 

 

 

 멕시코의 문화가 그런 것인지 주인공 티타의

가문에만 내려오는 관습인지 막내딸은

시집을 가지 않고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

제일 늦게 태어나서 부모와 함께한 시간이 적으니

돌아가실 때까지 모셔야한다는 뜻이라는데...

얼핏 들으면 그럴싸하지만 막내딸이 귀여운 딸인지

하인인지를 구별하기 어려웠다. 이 제도의 허점(虛點)을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워낙에 완강하셔서

반항했다가 오히려 용서를 구하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티타는 부엌에서 자란 관계로

음식에 특별한 감각을 지니게 되어 요리를 잘한다.

그래서 책의 꾸밈도 1월에서 12월까지 요리를 달리

선보이며 이야기가 시작되고 마무리되어지며...

멕시코 요리에는 칠레고추가 자주 등장해서

어떤 모습인지 찾아보는 기회도 가져보았다.

 

 티타가 열다섯 살이었을 때 사랑하는 페드로가

나타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결혼을 못하게 되어 있는 까닭에 그녀와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여기며 두 살 위인

티타의 언니와 사랑 없는 결혼을 하게 되는 페드로!

 

 아~~~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음에 얼마나 안타까운지!

결혼을 하면서도 기다리겠단다.

 

 "당신의 사랑을 기다려도 좋을지 알고 싶습니다,"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아니요, 그럴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당신의 대답이 절실해요,

사랑은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느낌으로 오는 거지요,"

불행한 결혼이 될 것은 훤한데 소설의 재미는 더해진다.

어떻게 스무 살 정도의 청년이 겁도 없이 그럴까나?

 

 눈치가 있으신 티타의 어머니는 항상 둘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지라 한집에서 살아도

눈빛으로만 확인할 수 밖에 없는데,

어느 날 둘 사이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직감으로

결국 언니부부를 멀리 이사 가게 하여 둘을 떼어 놓으니...

티타는 말조차 잃어버리는 마음의 병이 찾아든다.

 

 이럴 때 한번쯤은 엄마가 보듬어줘야 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티타를 정신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닥터 존에게 부탁을 한다. 주치의로 티타의 집을

드나들면서 아들과 혼자서 살고 있던 존은 티타를

사랑스럽게 지켜보게 되었고 정신병원 대신에 집으로

데려가 정성을 듬뿍 담은 손길로 돌봐준다.

 

 페드로가 젊은 청년이어서 주위를 둘러볼 여유 없이

티타에 대한 열정에만 불이 붙었었다면, 닥터 존은

서둘지 않는 편안함과 따뜻함을 주는데 생각 같아서는

이쯤에서 의사선생님과 결혼해서 배려 받고 사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지만 의사의 외아들과 페드로와 언니

사이에서 난 딸이 서로 좋아하는 것을 알고는

양보를 했던 것일까? 언니는 하나밖에 없는 딸이

관습에 따라 자신을  끝까지 돌봐줄 것을 바라지만

의문의 죽음에 이르며 결혼은 진행된다.

 

 "우리는 남들이 뭐라고 할까 걱정하느라 너무 많은 세월을 보냈어." 

이십여 년이 지나 비로소 티타와 페드로는 행복의 길로

접어드는 듯 했는데 조카의 결혼식을 치루면서 등장한...

 '호두소스를 끼얹은 칠레고추요리'

 

 칠레고추의 초록색과 호두소스의 하얀색,

석류의 빨간색이 어우러져 멕시코 국기의 색깔을

나타낸다는...

이 요리가 최음제가 되었을까?

 

 결혼식에 온 하객들이 고추 한개도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은 후 다들 초콜릿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모양으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심리상태가 되는데.....

티타와 페드로 또한 오랫동안 억눌렀던 열정이

분출 되면서 절정에 오른 사랑을 느끼며 다시는

헤어지지 않아도 되는 죽음과 화염에 휩싸여

함께 저 하늘로 떠난다.

 '그들은 행복했을 것인가!'

 

 

 

      

  2012년   1월   3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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