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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달 전에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했다.

당연히 밥을 해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떠나기 며칠 전 숙소에 전화를 걸어 시설을 알아보니,

밥을 해먹는 기구가 없다고 해서 우왕좌왕했었다.

필요하다면 도구들을 빌려준다고 하는데 얼마나 난감하던지...^^


 그렇다면 가볍게 가서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나머지는 사먹는 방향으로 하자고 언니가 말하니,

동생은 밥솥이나 냄비를 가져간다고 해서 기가 막히기도 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것이라 아침에 반찬이 없으면 민망해서 그러는 것이지만 이해 못하실 분들도 아닌데...

치아가 부실한 엄마를 위해 믹서기도 가져가 죽을 끓여드린다니 무슨 난리인가!

차라리 죽집에 가서 죽을 사오던가 식구들 모두 죽을 먹으러 가는 것도 좋다고 했건만,

바닷가 출신 제부는 또한 평소에 먹기 힘든 생선을 준비했다고 해서 도구도 없이 생선을 어떻게 구워 먹나!

여행인지, 이사를 가는 것인지 심란하다가 일이 이렇게 진행되는 것 같아 반찬 몇 가지를 챙기기 시작했다. 


 반찬을 갖고 비행기를 타도 되는 지 알아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검색을 했는지 모른다.

항공기회사에 전화해보면 쉬웠을 테지만 상식도 모른다 할까봐 미리 포기를 하고...

국내선은 된다는 결론에 이르러 짐으로 보내면 마구 던져지기도 해서 비행기 안으로 갖고 타는 방법을 선택했다.

골프장이 있는 곳이라 실내에서 해 먹는 사람들이 없는가?




 비행기에서 내려 이삿짐을 태우고 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산 다음 점심을 먹고 제주시내를 지나...

한라산 중턱에 있다는 숙소에 도착하니 한가롭고 주변경치가 참 좋았다.

이런 곳에서 밥은 왜 해먹지 못하게 할까?

골프나 치러 와서 해먹는 사람이 없으니 철수한 것 같기도 했다.




 창문 너머 밖을 내다보니 관리가 잘 된 파란 잔디가 보여 짐을 풀고 얼른 밖으로 나와 보았다.

작은 웅덩이가 있었고 제주에서 많이 보이는 삼나무로 둘러져 있었으며...




 퍼팅연습을 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놓고...


 


 연습장 뒤로는 높은 산봉우리가 보였는데 혹시 한라산?

그랬다. 멋진 우리의 한라산이 눈앞에 떡 하니 보였던 것이다. 와우~~~^^




  입구 쪽으로는 오름이 몇 개 눈에 들어오며 제주 시내가 내려다보였다.

떠나오기 전 일기예보에 의하면 2박3일 동안 내내 비가 온다고 해서 비 오는 제주도 좋겠지만 안타까웠었다.

우산은 물론, 우비도 챙기고 장화를 신고 갈까, 아니면 방수의 등산화를 신고 갈까 하다...

당일에 비가 아닌 흐림으로 바뀌어 여름 운동화를 신고 모험하는 기분으로 왔는데 날씨가 어째 좋았다.




 오늘만 비가 오지 않는다니 내륙코스로 한라산 주변이나 한 바퀴 돌면서 맑은 공기 마시자며 오후 3시경 길을 나섰다.

해발고도가 있어 역시나 촉촉한 무엇이 느껴지며 깊은 숲들이 나타나 들어가 보자 하였다.

바로 '신성한 곳'이란 뜻의 '사려니 숲'이었다.




 꼬마들도 없고 부모님 위로로 왔으니 아기자기한 곳을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숲 안으로는 다니는 길 따로 없이 빽빽하게 나무들이 서있었다. 입구에서 앉았다 가는 것은 아까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근처의 절물이나 비자림숲은 가보았는데 '사려니 숲길'은 처음이었으며...




 원시림에 가까워 어둡기 까지 해서 혼자서 둘러보기는 무서울 정도였다.

햇빛이 비치는 곳으로 삼나무 옆에 있는 낮은 나무들을 살펴보았다.




 전날 비가 왔으니 바닥은 젖어있었으며 온대림의 식물들 뿌리가 이리저리 얽혀서...

다리를 옮겨 놓을 때마다 걸려 조심해야했다.




 그 많은 나무들에게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관리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바닥에 넓은 잎 식물들도 보기 좋았는데 삼나무만 사람이 심었다 들었다.

생각보다 비가 많은 제주라 실제로 사는 것은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데 제주에서 1년만 살았으면 좋겠다.

가까운 곳부터 오름들 모조리 올라보며 둘레길도 바쁠 것 없이 돌아보고 바다도 즐기고 숲도 즐기고...ㅎㅎ




 삼나무 가지를 살폈더니...




 잎들이 이런 바늘 모양이었다.

침엽수처럼 보이나 추운 것을 싫어해서 우리나라 남부나 제주에서만 보인다는데...

백제의 무열왕릉에서도 삼나무의 쓰임이 있지만 일본에서 나무를 수입해 사용했다는 것으로 전해지며,

우리나라에는 1900년경 일본에서 들어왔는데 제주에서는 목재를 생산하려는 것이 아닌 귤밭의 방풍림으로 심기 시작했단다.




 이렇게 멋있으니 일본에서 들여온 나무라고 미워할 필요는 없지만 한산도를 비롯한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까지...

삼나무를 심어 놓아 적어도 항일유적지에는 삼나무 심기를 삼가 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어 고개가 끄덕여졌다.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편백나무와 더불어 배를 만들고 집을 짓고 생활용품을 만드는 등 없어서는 안 될 나무라 한다.

풍성함이 느껴지며 편안함을 주었는데 그런 사연이 있었네!




 몇 년 전 한라산을 오르려 했으나 비가 많이 와서 실천을 못하고 오늘은 날이 좋지만 시간이 늦었고...

더구나 부모님을 모시고 왔으니 산에 다녀오면 하루가 다 갈 것이라 어리목에서 내려 주변을 걷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그런데 입구에서 사진을 찍으려니 까마귀(?)가 바위 정상에서 멋진 자세를 취하여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다.

식구들을 반기는 모습일까?...ㅎㅎ




 어리목 주변도 못 보던 풍경으로...

하긴, 신혼여행을 와서 올라와 본 것이 마지막이었으니 변치 않을리가 있겠나!

'팥배나무'라는데 도시에서는 못 보겠는 고목으로 근사하게 서있었다.




 작은 연못도 만들어 놓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보름으로 가는 낮달에...




 이름 모를 싱그런 식물들에...



 

 산수국이 연못주변으로 가득 차 화사함까지 누렸다.

혹시나 지금이라도 한라산으로 올라가 산장에서 자는 사람이 있을까?

아쉬움에 한라산 올라가는 곳에 다가가니 이미 문이 닫히고 철수를 한 상태여서 오히려 잘 됐다 싶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미련을 갖지 못하게 하였으니 다음에 기회가 또 오겠지!

1000m 높이 한라산 둘레길을 동그랗게 돌며 구경 한 번 잘했다고 돌아와 전복죽을 끓이고 술자리도 갖고 별자리도 살펴보고...

뒤뜰에 찾아가 이슬방울이 가득한 풀숲을 거닐며 달님과 이야기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




2016년  7월  1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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