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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고 나서 평소에 궁금했던 곳에 가보기로 했다.

집에서 가까운 편이지만 이런 기회라도 있어야 오게 된다.

그런데 그곳을 일부 걷다 보니 다녔던 학교가 바로 옆이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때가 오후 5시쯤 이었는데 잠깐이라도 들어갔다 나오려니,

수위아저씨께서 안 된다며 하루에 500명이 지나는데 어떻게 다 들여보내나 하신다.

시간이 늦어져 더 그러실 것이다.




 "졸업생이에요, 3학년 때 공부했던 건물까지만 다녀올게요."

아저씨의 허락이 떨어지자 발걸음을 빨리 했는데...




 바로 앞 '심슨홀'이 박물관으로 거듭났다는 소리만 듣던 중 문이 열려 있어 살짝 들어갔었다.

어떤 꼬마와 엄마가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어서 안심이 되며 끼어들었다.

후배님이 안내를 하며 5시까지 여는 것 같았다.




 2층까지 후다닥 둘러보고 정겹게 꾸며 놓은 교실 한 장 남겼다.

아~~~ 그 때는 몰랐지만 다시 돌아가고픈 시절이라면 여고시절부터라 할까?

두발 자유가 있어서 단발이나 좀 길면 묶거나 땋거나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며...

비가 와서 추운 날은 긴팔을 입어도 되었고 구두나 운동화도 마음대로 신을 수 있었다.

선생님이 학생들 때리는 것도 못 봤고 참 자유롭게 키웠단 생각이다.




 박물관을 지나면 유관순 할머니가 학생시절 빨래를 했다던 우물이 나온다.

시골에서 상경하여 다니던 학생들도 있어 당연했을 텐데...

우리 때는 특히 가을이 오면 우물 앞 은행나무 주변에 앉아 소곤소곤 했었다.^^




 3학년 때 수업했던 본관까지 왔으니 돌아가야 했으나 몇 걸음 더 나아갔다.

다시 3학년으로 돌아간다면 열심히 공부 해야겠지?

철이 없어 열심히 하진 않았는데 살이 가장 많이 찐 시기로 기억된다.

멋도 부릴 줄 몰랐으니 지금 같으면 드라이라도 하고 다니고 싶다...ㅎㅎ...

좋아하는 선생님도 없었고...

지극히 소녀다운 면도 없었고...

왈가닥이나 적극적인 아이도 못 되었고...

사춘기도 없었던 듯 밋밋하게 지난 것 같지만...




 어른이 되어 생각하니 아주 밝고 명랑하고 예쁘게 키워준 학교다.

입시위주도 아니어서 아침자습이나 남아서 공부하는 것 없이 끝나면 집에나 가는 줄 알았는데,

하루는 도서관에 가자는 아이가 있어 도서관(?)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도 못하다 2학년 때 알았지 뭔가!

시험이 끝나면 꼭 연극이나 영화 오페라 음악회를 접하게 해주었고,

피아노와 클라리넷, 플루트의 아름다운 소리를 처음 접한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예쁜 길을 좀 걸어가면?




 앉아서 조회하던 추억의 장소 '노천극장'이 나온다.

여기까지는 다녀가야지!...ㅎㅎ...


 '인의예지 진선미 신희애원 형이정 효제 성경현숙...'

한 학년에 20반까지 있어서 3600명이 앉아 조회를 했는데 지금은 학생수가 줄었을 것이다.

잔디밭에는 항상 피아노가 있었고 노래로 시작하고 노래로 끝나는 어렵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늘지붕은 유관순기념관으로 각종 행사나 음악회를 했던 곳! 

노천극장 오른쪽으로는 운동장이 있고 강당과 1~2 학년 때 다닌 스크랜턴 건물이 있다.


 '아저씨 기다리실라, 어서 가야지!'

잠시였지만 나를 키워준 곳에서 무척 반가웠다.





  2019년 4월  1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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