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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거리

능소화의 커다란 변화

평산 2022. 7. 20. 19:39

 "무슨 꽃이에요?"

 "능소화입니다."

임금에게 하룻밤 승은을 입은 여인이 담장 너머로

언제 다시 임금이 오실지 기다리는 꽃이라나요?

 

 

  늙고 냄새나며 사랑하지도 않는 임금을 왜

기다리는지 모르겠어요. 오면 오는 것이고

아니 오시면 말면 되는 거지요.^^

이제 개인 처소가 생겼겠다, 몸종도 있고

어느 정도 지휘가 주워졌으니 기존과는 달리

능소화의 조용한 듯 알찬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까막눈일 경우 글을 배우려 하겠어요.

당시에는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 배운다는데

미움받진 않을 것입니다. 글씨를 배우고 책을

대할 때의 기쁨이 벌써부터 느껴집니다.

 

 여름에는 모시에다 간단한 수를 놓아

방문에 시원하게 치고 마루에도 하나 장만하겠어요.

윗사람에게 선물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다 질투로 연결되며 말들이 많으니 

주제넘지 않게 제 방이나 꾸미렵니다.

 

 운동 삼아 궁궐 산책을 나설 참입니다.

몸종 하나만 데리고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게요.

산책을 하다 보면 꽃이나 나무 이름이 궁금하겠지요?

정원사에게 종종 설명을 부탁드리겠어요.

 

 음~~~

글씨를 배웠으니 붓글씨도 써보고...

그림 그리는 화원에서 스승 한 분을 모셔와 

사군자도 그려보겠습니다.

못 그리면 어떻습니까!

경험해 보는 거지요.

 

 승은 입었다고 그날로 밥도 하지 않지, 

걸레질도 없으니 많은 시간이 주워지겠지요.

사가에 이따금 나가 부모님 뵙고 오고요.

돌아오는 길에 시장 구경도 해야겠습니다.

 

 여인을 소유물로 여기는 임금일랑 생각할 겨를이

없게 무조건 즐겁게 보내려고 할 것입니다.

애가 들어서면 또 영광이자 골치 아프지 않습니까?

행여 아이를 갖게 되면 권력을 지닐 생각보다는

아기와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택하겠어요.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에는 아예 끼지

않으려는 방법을 말입니다.

 

 그리운 이를 보듯 꽃나무 몇 개 키우고 싶습니다.

처소 앞 돌 마당에 놓고 정성을 들일 것입니다.

능소화의 이런 변화된 모습을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거예요.^^

 

 

 

 

 2022년 7월  2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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