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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몇 년 전 어느 날,
제법 운치 있는 음식점에서...
몇 명이 앉아 저녁을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첫사랑이었다는 그 아이가
이왕이면 와인도 한잔씩 하자며 이끌었을 때
감각 있다고 나름 분위기 올라갔었다.
평소에 조심하는 술이지만
가볍게 여기며 중간중간 한 모금씩 마셨는데
음식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순간 얼굴이 근질근질한 느낌을 받았다.
'혹시 알레르긴가?'
슬며시 일어나 거울 보려고 장소를 옮겨 살피니
붉은 기운이 돌며 얼굴 층이 도드라져
두 얼굴을 가진 여인처럼 변하려는 게 아닌가!
당황하여 약 한 알 먹고
얼른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
낯선 동네라 골목을 이리저리 살피다
정신없이 돌아와 보니
밥 다 먹었을 시간은 분명 안 된 것 같은데
모두 나와 건물 입구에 늘어서 있고...
첫사랑이란 아이는 안절부절 내 가방을 들고 있었다.
별일 없었던 것처럼 테이블에 살짝 앉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고 그 아이가 서둘러
자리를 뜬 것 같았다.
미안함과 날 생각해주는
마음이었을 테니 고마워해야 했나?
그런데 유난스럽게 구는 그 아이가 불편하였다.
마음속으로나 쪼금 더 반가워했으면 자연스럽고 편했을 텐데
순간순간 표시하려 하니 민망스러웠다.
언제나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라지만...
돌이켜보면 이런 일도 미소 짓게 하는 순간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서가 아니라 지금은 그저
다른 사람들 옆에서 바라봄이 즐거움인데...
생각이 앞서간다니 어이할까나!
2020년 6월 22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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