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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 이후로 부모님을 뵙지 못했다.

아버지 사시는 곳 이웃 아주머니께서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셔서

선물을 건네셨다가 화답으로 화분을 주셨는데 그것을 가게에 가져가시려고 한 손으로

붕붕카를 운전하시다 작은 사고가 일어나 얼굴이 말이 아닌 모습을 대하고 시간이 흘렀었다.


 그동안 마음은 가득해도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다녀올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오라버니께 연락했더니 흔쾌히 가자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요즘 수업이 없어 시간 많을 줄 예상했지만 온라인 수업으로

자료 준비를 해야 한다며 더욱 바빠졌다니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도 되었다.  

좋아하시는 간식거리와 추어탕을 포장하여 한 시간이면 도착할 예정이라

밥은 준비하셔야겠다고 소식 전했는데 도착했더니 아버지 붕붕카가 보이질 않았다.


 바이러스의 잠재력을 알 수 없어 전화나 하자고 하셨지만 언제 끝날 줄 알고 기다리겠는가!

그 사이에 생신도 그냥 보내서 섭섭하셨을 텐데 간신히 움직여 밥을 하셨다는 엄마와

곧이어 봉지 봉지 들고 들어오신 아버지께서 생각지도 않게 왔다며 반가이 맞아주셨다.


 반찬 두어 가지 가져갔으나 아버지께서 무생채와 시금치나물 등 실력 발휘한 흔적으로

무색해지고 요즘은 폰으로 미역국이나 된장찌개 하는 법도 색다르게 배운다 하셔서

살짝 터치보다는 꾹꾹 누르시며 답답해 하시더니 카톡을 하시는 등 많은 발전에 칭찬해드렸다.

추어탕 보글보글 데워 땀 흘리며 먹고는 앉은 자리에서 설거지도 하지 말고 이야기하시자는데,

여유 있게 가도 되냐고 묻자 오라버니는 금세 가봐야 한다며 달랑 30분이 주어져 아쉬웠다.


 엄마가 머리를 자르고 싶어 하셨는데 시간이 없었다.

오라버니를 먼저 가라고 할까 했더니 안 된다며 모두 반대를...ㅎㅎ...

세 분이서 이야기하시길래 후다닥 설거지 하고 부엌에 밟히는 것이 많아

걸레를 들었는데 화장실에 가보니 더욱 손길이 가야 해서 빠르게 움직였었다.




 뭐라도 주시려고 아버지께서 늦게 오신 것이다.

급한 마음에 낫으로 시금치를 쓱쓱 베어 오셨다며 다듬어라! (풀 반 시금치 반!^^)


 

 


 밭두렁에 갓이 자라 먹을만할 것이다. (쌉쌀한 맛에 연한 풋풋함과 향이 좋았다.)




 이제야 씨앗을 심는 봄 아니던가?

쪽파도 키우셨다며 한 줌 주셔서 놀라고...




 건조해서 자라지 않았다며 부끄럽게 내미신 무까지!

부모님 뵈러 갔다가 사랑 가득 받고 집에 도착하니 빠른 오후 3시여서

햇살 가득한 뒷산으로 한 바퀴 돌아올까 하다...




 주신 쪽파와 갓을 다듬고 액젓에 절여 김치 담갔더니 금세 저녁이 되었다.

짤 것 같기도 해서 뭐 넣을 것 없나 두리 번 하다 무를 얇게 썰어 두 개 넣었는데

이틀 째인 오늘 맛을 봤더니 키우신 정성이 어우러져 향긋하며 입맛 돌게 하는 김치가 되었다.


 바이러스가 잠잠해질 모양이면 일찍 서둘러 하룻밤 자고 올 수 있으면 그렇게 해서

느긋한 청소와 엄마 머리도 잘라드리고 철쭉이 피었을 문수산에도 올랐다 오고 싶다.

아쉬웠으나 두 분 얼굴 뵙고 오라버니 덕분에 알차게 보낸 하루였다.







  2020년  4월   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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