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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에 밤을 수확해 와 앞집에 벨을 누르니
아무도 안 계시는지 소리가 없어
문고리에 걸기에는 비닐이 찢어질까 봐
현관문 옆에 세워놓고 들어왔다.
그 후로 아주머니를 몇 번 만났지만...
밤 이야기는 한 번도 나누질 못했다.
고맙다는 말 듣기 위해서가 아니었으니
그럭저럭 두 달이 흘렀는데...
밖에 나갔다 들어오며 아주머니를
만나 뵙고 이제 오냐며 인사를 주고받은 지
5분이 지났을까 벨이 울렸다.
옷을 벗어 세탁기에 넣은 후라
부리나케 눈을 돌려 티 하나 챙겨 입었다.
갑자기 외출복에서 뒷동산 운동티를 입은 것이다.
"누구세요?"
앞집 아주머니께서 딸이 사 왔다며 떡을 건네셨다.
그동안 말씀은 안 하셨지만 염두에 두셨을까!
포장도 근사하고 떡이 넉넉해서
드린 밤 생각이 번뜩 났다.
왔다 갔다 차비는 들었지만
친구 얼굴 보러 가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고
땅에 떨어진 밤을 주워왔으니 돈 들지 않아
부담이 전혀 없었는데 거기에 비해
떡 선물이 너무나 컸다.
막걸리떡과 비슷하며 속에 팥이 들었는데
처음 대한 떡이었고 먹보라 먹을 생각에... ㅎㅎ
저녁 반찬 만들며 손이 자꾸 가 7개쯤 먹다가
그만, 이제 그만! 내일 먹자를 외쳤다.
2021년 12월 25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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