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중에서 蘭을 예뻐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도 달라지는 것이 없어서이다. 어찌 보면 제일 등한시해도 되는 것이 蘭인 듯싶은데 한 뿌리 나오기가 영 힘들고... 물을 언제 줘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아 이따금 기분 나는 대로 줬었다. 보통은 흙이 말랐거나 잎이 늘어져있으면 주지만 蘭은 보채는 일 없이 맨날 비슷해서 모르겠었다. 그러고 보니 흙이 아닌 돌이 얹어있어서 웃거름이나 분갈이를 해주거나 영양분을 준 적도 없었다. 무엇을 먹고 살았을꼬? 한때 주인공이었겠지만 들러리로 따라온 식물들이 몇 배로 잘 자라 식구들 늘릴 때에도 살아 있으니 뽑아내질 못하고 비싸다니까 蘭 화분에 무엇을 심기도 그래서 그냥 마지못해 두었었다. 강한 햇볕도 싫어한다니 까다로운 것 같아 구석에 놓고 눈에 잘 띄지 않았는데 9월 2일..
지금이 새벽 2시42분입니다.날씨가 춥더라구요,밖에 잠깐 나가보니 예상 밖으로 추웠어요,따뜻한 아랫목에 누워서 생각에 잠겼습니다.그러다 이 새벽에 님에게 편지를 씁니다.아마 지금이 아니면 못 쓸 것 같은 마음에 맑은 정신에 적어봅니다.이제는 편하게 말할 수 있겠구나 하는데도 더듬거려짐이 있습니다.제가 님에게 불의(不義)한 것이 아닌가함입니다.마음의 벽을 허무는 것...... 다소곳한 님이 좋았고,조곤조곤 마음을 편하게 하고 받아주는 님이 좋았고,또한 언제나 거기에 계신님이 좋았고,늘 향긋한 정체 되지 않는 맑음이 있어서 좋았고,자신을 바로 세우시며 여전히 길을 찾는 모습이 좋았고,허면 길을 잃으셨다 하심이 아니고 늘 추구하시는 모습이 좋았습니다,생각이 통하는 길이 비슷함에 더욱 좋았고,더 말을 한다면 그..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따스한 어느 봄날! 매끈하게 다듬어진 갈색의 지프 한대가산수가 뛰어난 어느 절경에 산골을 지나다가 마음을 휘어잡는 그림이 눈앞에 들어온 듯가던 길을 멈추고 차에서 내렸다. 그는 무엇에 이끌린 듯 연신 사방을 둘러보았다. 안개꽃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부드러운 곡선을 이룬구릉사이로 그림같은 출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홍살문과 같은 구조물에는 작은 편액이 걸려 있었다."평산의 정자" 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약간 구릉진 언덕을 넘으니 때가 봄인지라 복사꽃이어여쁜 색조를 발하고 있었다.사람이 인위적으로 심은 나무가 아니라 자연적인군락을 이룬 것인지주변의 작은 바위 자락과 흐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