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가 수원 화성으로 능 행차하는 당일이다. 창덕궁 앞에서 출발한다는데 행사 때문에 버스가 다른 곳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창경궁에서 내려 걸어가기로 했다. 얼마 전 걸었던 순라길을 넘어서면 창덕궁이 나오니 비교적 이른 아침에 순라길을 오른 셈인데 날이 푸르렀고 아침 공기가 시원하며... 아무도 없어 한적하니 기분이 최고였다. 화살나무 붉은 단풍이 반겨주었네!^^ 소나무 자리 잡아 키가 커진 듯 늠름하였고, 이 길로 오길 잘했다며 웃음꽃 피었다. 창덕궁으로 내려가는 길목에선 은행잎이 황금으로 익어가며 빛나는데 북소리와 피리, 나팔소리가 들려 마음이 날아올랐다. "와아~~~ " 두 개의 차선을 비운 길 쪽으로 능행차 준비하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복장을 갖추고 기다리는 모습에 우리도 서둘렀지만 새벽..
순라길에 가기 위해 창경궁에서 내렸는데 관광버스가 100m 정도 길게 늘어져서 궁을 가려... 이런 일은 처음 보는 광경이라 웬일인가 싶더니 마침 기사님이 내려오시길래 여쭈어보았다. "제주에서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왔어요!" "그래요? 환영 환영입니다...ㅎㅎ" 창경궁 담을 돌아서자 순라길로 오르는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터널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그전에는 종묘와 창경궁을 이어주는 다리가 공중에 있어서 한쪽 입장료만 내고 다닌 적도 있었다. 종묘 관통 도로계획은 100년 전인 1922년 일제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종묘가 훼손된다고 순종이 반대하였으나 순종이 승하하면서 건설되기 시작하여 1932년 창경궁과 창덕궁, 종묘가 갈라졌단다. 단순히 도로 편의를 위한 건설이 아닌 조선의 정기를 끊기 위해 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