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에 한번 만나는 친구들과 어딜 갈 것인지 정하는 것도 매번 쉬운 일이 아니라서 둘레길 1코스부터돌다가 혹여 가보고 싶은 장소가 나타나면 잠시 내려왔다다시 이어가 보자 하였다. 얼굴만 봐도 즐겁지만이왕이면 조금씩 걷기도 하고 북한산을 제대로못 느끼며 살아온 친구들이라 보여주기 위함도 있다. 우이역에서 만나 바로 둘레길에 접어들지 않고 우이천을 지나 북한산 리조트에 들어갔다 나오는방법을 택했는데 얼음 밑으로 물이 적지 않게 흘러서머지않아 봄이 오겠구나 싶었다. 리조트정원을 지나는 건요번이 두 번째로 일반인들이 산책할 수 있는 곳은지난번보다 짧아져(?) 금방 둘레길로 접어들었다. 계곡을 지나자 서울에서는 귀한 단층의 개인주택이있어 둘레길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등산길 옆이어도호젓했을 텐데 제발 조용히 하..

외출 후 돌아오다 마트에 들렀더니 자몽이 눈에 뜨였다.찻집에 가서 커피 마시기가 뭐 하면 허브나레몬, 생강, 자몽차를 마시지 않나!자리값이겠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자몽이 보이면청을 담가볼까 했는데 씻어서 겉껍질을 제거하자니과육과 꽁꽁 밀착되어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고천혜향 껍질까는 것보다 몇 배 어려웠다. 자몽청을 처음 담근다며 영상을 참조했을 때알맹이를 둘러싼 하얀 섬유질이 쓴맛의 원인이라제거하라기에 싱크대 앞에 서서 오랜시간 걸렸는데이때 신맛까지 덜해져 그냥 먹어도 무리 없었음에 다이유가 있구나 싶었지만 시간이 흘러 생각하기를... 자몽 특유한 쓴맛일 경우 자연스럽게 느껴야지,왜 제거를 해야 할까? 그러니 자몽차가 되는 거지?그래서 요번에는 속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알맹이를도마에 올려 쓱쓱 손쉽게 ..

아버지께서 일하시던 공간이 팔렸다.막다른 골목에 있어 매도는 어렵다 생각하고 연세가 있으셔서 걱정이었는데 섭섭한 점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다행스럽고 개운한 일이 되었다.이어서 관리할 자식이 있으면야 형제들이밀어줬겠는데 거리도 있어 막막했던 참이었다. 잔금이 치러지기 전 필요한 물건을 살펴하고자 아버지와 일터 앞에서 만났다. 찬바람이 불고영하의 날씨라 썰렁했어도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바람이 없어 괜찮았다. 챙길 물건이라는 것은 펜치,낫, 사다리 등 연장위주로 층층마다 오르며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쭉 훑었는데 아버지 혼자서는 엄두를못 내셔서 내가 오길 잘했단 생각과 손수 일구신 곳이라여기저기 쳐다보시는 눈길이 나하고는 다르셨다. 박스에 필요한 물건을 담아 아래층으로 내려온 후 잠깐 밭에 다녀오겠다며 달려갔더..

대학교에서 운동장을 개방해 한 동안 400m 트랙을뛰었었는데 이사 오면서 그만 둔지 오래되었다.시간이 지나며 다리에 무리가 될 듯싶어서라도다시 시도할 생각을 못했는데 우연히 방송을 보고 슬로우 러닝을 알게 되었다. '무릎에 무리가 없다니 한번 해볼까?'다음날 둘레길을 한 시간 정도 돌고 난 후 다리가 열을 받아 준비가 되었을 거라 영하의 기온이지만운동장을 천천히 두 바퀴 돌았더니 어렵지 않았다. 발 뒤꿈치부터 땅에 닿아야 좋다는 걷기와는 달리 슬로우 러닝(slow running)은 발 앞부분...그러니까 까치발로 허리를 세우고 정면을 바라보며뛰는 것이어서 보폭이 좁고 천천히 뛸 수밖에 없는데무릎이나 발바닥에 부담 가는 것을 모르겠었다. 며칠이 지나자 둘레길을 걸을 때도 평지가 나오면몸이 가벼울..

나에게 가야금이 두 대 있다.하나는 집에 또 하나는 배우는 곳에 두고 썼는데젊은 스님이 같이 배우다가 어렵다며 기증해 준 것이다.햇수로 7년 정도를 배우다 그만두고 나니 가야금 두 대가 필요 없게 되었다. 그녀에게 가야금 배울 곳이 있는지 알아보라며기증받은 것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다 이야기를 건네자알아본 결과 집 가까운 곳에 있다며 기뻐하였다.그녀의 집은 부산이어서 먼 길 가져가야 한다. 스님(그 사이 일반인으로 돌아왔음)은 당신 곁을떠난 가야금이라 당근마트에 팔아서라도 쓰라고 했지만그럴 마음은 없어서 종종 기증할 곳을 알아보고 있었다.친구들이 배운다면 악기를 주겠다고도 했으나여태껏 임자를 찾지 못하다가 시집보내게 된 것이다. 가야금을 거저 얻게 됐다고 그녀가 밥 한 번을 산단다.압구정에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