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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거리

그곳 논산 첫 편지

평산 2007. 8. 8. 12:16

 

 비도 오는데 옛날 편지나 한 번 읽어보자구요!

제가 올렸던 글 중에서 오래되었지만 요즘에 가장 많이 읽혀지고 있는 글입니다.

쓰기는 낭군이 썼는데 어찌하야~~~ㅎ

애틋하게 느껴져서 일까요?^^

 

 

     그리운 사람 OO에게

 

 이 곳 훈련소에 들어와서 떨리는 손으로 처음 쓰는 편지요.

그동안 잘 있었소? '잘 있었소?' 라고 묻는 내가 원망스러울 거요.

벌써 당신과 떨어져 이곳에 온지도 십 수 일이 지났다오.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올해의 딱 반을 보내고 싱그럽고 무더운 정열의 7월을 맞이하게 되었소.

당신에게도 아픔의 시간들이었을 거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당신의 하루일과가 궁금하구려!

건강하고 몸무게는 늘었는지......

서서히 작열하는 태양 아래 노출된 나의 피부는 어느 새 달굼질을 벗어나 검게 그슬려있소.

아마도 잘  알아보지도 못 할 거란 생각을 하오.

 

 이곳 생활은 무척 바쁜 편이오.

꽉 짜여진 일과표에 의해 부지런히들 훈련받고 있다오.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극웅의 목소리는 이미 변성되어 더 두터운 음성으로 변해있다오.

 

 이 곳은 사내들의 세계요.

온통 땀 냄새와 남자냄새로 가득 찬 곳이오.

외부에서 보면 잘 정리된 전원의 공원 같소.

당신과 떨어져서 부대 내로 들어온 첫 날 그날은 특히 견디기가 괴로웠다오. 

그 날 아침 부모님의 눈물 전송과 당신의 아픔의 이별이 자꾸 눈에 선해 가슴이 아팠소.

언제나 만나볼까 말이오!.

 

 

 

 

 

 여기서 제일 행복한 시간은 잠자는 시간이요.

잠자는 시간은 나만의 시간이며 당신을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요..

...............

 

 대부분이 어린친구들이요.

때문에 힘들고 괴로워도 내색하기가 어색하다오.

통칭 나를 황아저씨 황형으로 통한다오!

우리 소대에서도 기혼자가 나까지 세 명이나 되오. 의외로 많은 편이오.

때론 아무 말 없이 그들을 보고 위안을 얻기도 하오.

난 건강하고 잘 지내고 있소.

엄청나게 피곤이 몰려와도 당신을 생각하면 위안이 된다오.

나보다는 당신이 고통스러울 것 같아 미안하오.

...............

 

 앞으로 많은 훈련을 더 받아야하오.

매일 땀으로 목욕하지만 멋진 사나이가 되기 위한 단련이므로 자신을 가지려하오.

꼭 견디고 극기할 것이요........

 

 

 

 

 시간이 많이 흘러간 편지네요.

더 이상 말이 필요없이 그리움에 몸부림을 쳤었던......^^*

  2007년 8월 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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