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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점, 점,
점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결혼을 하고도 10년 정도는 얼굴이 맑고 하얗던 남편이~
담배를 오래도록 피워서인지 어느 날 부터는 불그스름해지더니만 양쪽 눈 밑에 조그마한 점까지 생겼다.
안경을 썼으니 점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내인 나에게야 어찌나 커다랗게 다가오던지.......
더군다나 바로 그 점이 살아계실 때 아버님과 똑같은 지점에 나 있고
가뜩이나 시간이 흐를수록 아버님의 모습을 닮아가기도 해서
급기야는 누워서 낭군 얼굴을 볼라치면?
스스로는 나이 먹은 것도 잊고서 시아버님이 옆에 계신듯하여 화들짝 놀래지기도 했다.
'으으으으~~~아~악~~'...ㅎㅎ...
점을 발견한 날로부터 ......
어떤 잔소리도 평소에 듣기 싫어하는 사람인지라 말을 못하고 한동안 혼자서 끙끙하다가......
"당신 눈 밑의 점.... 나도 보수라... 성형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점이라면 ...없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
위치도 그렇고...아버님과 똑 같아서 어떨 때는... 내가 아버님과 같이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 어쩌면 그렇게 똑 같을지......??"
어렵게 말을 꺼냈음에도 공연히 민망스러워지기도 하며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혼났었다.
남편은 아버님 닮았다는 소리를 달가워하지 않는 편이니 당연히 듣기 싫었을 것이다.
왜 하필이면 그 지점에 점이 생기는지 스스로도 신경 거슬리기는 했었겠다고 본다.
하지만 성형외과나 피부과에 가보라는 이야기까지는 못했다.
얼마 전에도....'당신 잘 때 얼굴을 찡그리는 듯하더라.'며 주름이 이상하게 생기면 어쩔거냐고 말했다가 본전도 못 찾고
핀잔만 잔뜩 들었던 기억이 있었으니 차마~~ㅉㅉ~
'아내니까 그런 이야기도 해주지~~~궁시렁 대기는......'
나라면 그런 이야기에 솔깃~~하면서.... 거울을 들여다보며 ......
'암암리 마음 속 어딘가에 자신도 모르는 불만이 숨어 있어서 나타난 걸까?' 하고는.....
미소 지으며 자는 방법은 없을지.... 표정 연구에 들어갈 것 같은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면 설령 듣기 싫어도 참고를 해야지 말이야 말이야~♬
무조건 듣기 싫어하니 섭섭한 마음도 생기고 얄밉기도 했었다.
여전히 눈치 보느라 담배 끊으라는 말도 호되게 못하는 나인데....뭘 몰라몰라~~한참~을 몰라요.
그런데, 이틀 전쯤이었을까?
저녁식사를 하다가 언뜻 낭군 얼굴을 바라보니 눈 밑에 있는 점이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보여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시선을 멈추니....
글쎄, 혼자서 수술(???)을 했다고 말한다. 세상에나~~~
점이니까 마취를 하진 않았고 수술할 때 꿰매는 바늘을 이용해서 조금 씩 조금 씩 어찌어찌 했다고.....
'신경은 무지 쓰였나보네....하지만 어떻게? 아파서 그럴 생각을......'
몇 년 전쯤에는 고양이가 치료를 하러 왔다가 갑자기 발톱을 휘두르며 할퀴는 바람에 상처가 났다며
스스로 몇 바늘을 꿰맸다고 해서 놀라게 만들더니만......
"성형외과에 가도 별다른 무엇이 없거든....오히려 내가 더 잘해~~"
암튼, 이왕에 수술을 혼자서 했다고 하니까 아직은 상처가 아물지 않았으니 며칠 두고 볼일이다.
제발 그 점이 온전하게 나아서 시아버님 대하는 것처럼이 아니었으면...ㅎ...
'수리수리 마 수리 ~~~비나이다~~점을.... 궁시렁 궁시렁....해주시오소서~~~'
2009년 7월 8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