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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사지으시는 분들의 수확이 있으면 주부는 덩달아 일을 만들게 된다.

햇마늘 나오니 양념으로도 좋겠고 장아찌 만들어볼까?

 

 

 

 

 마늘 반접을 사왔다.

작년에는 사는 김에 연이어 샀더니 마늘 가격이 마구 떨어져서 허탈했었다.

부지런떨었다가 그리된 것이다. 그러니 요번에는 필요한 만큼씩만 사려고 해본다.

마트에서 깐마늘과 비교해보면 양은 비슷할 것 같은데...

햇마늘이니 상큼하고, 맑으며, 똘똘하고, 무엇보다 맛보고 싶지 않은가!

 

 이튿날, 다듬긴 해야겠는데 집안에서는 먼지가 날릴 것이라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았다.

집 앞 농구장에 햇살만 혼자 놀고 있고 벤치 근처에 아무도 없었다.

 '나가서 햇볕도 쬐고 여유 있게 작업하다오자!'

 

 쭈그리고 일을 하면 불편에서 의자에 앉아 신문을 펴고 다리 밑으로 마늘을 놓았다.

벚나무 반그늘에서 줄기를 자르고 껍질을 벗겨 조각으로 나누기를 10여분 했을까.

어떤 여인이 길가다 옆 벤치에 앉아 전화통화를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서고......

다시 두 명의 여인들이 다가왔다.

 "아휴, 어떻게 여기서 하실 생각을 하셨어요? 보기 좋습니다!"

 "네, 집에서 하면 먼지도 나니 나왔어요, 주부들은 이런 일도 행복이잖아요."

 "잘하셨어요, 며칠 전 집에서 다듬었는데 일 마치고 걸레질하니 보이지 않던 먼지가 넓게 퍼졌더라고요."

 "장아찌하실 건가요? 지나가다 비율을 어떻게 해서 담그실까 알고 싶어 다가왔습니다."

 "아, 그러세요? 대충하는데요?...ㅎㅎㅎ..."

 

 정말 그렇다.

이제는 김치를 담글 때도 대충 감 잡아서 이것저것 넣는데 심심하게 간이 맞는다.

마늘장아찌를 담글 때도 마늘을 덮을 정도의 물과 설탕, 소금, 간장을 대충 넣은 다음,

팔팔 끓이고 식혀서 마늘 위에 부으며 식초를 첨가해주고

며칠 있다가 다시 물을 끓일 때 싱거운 듯하면 소금을 더 넣던지 식초를 넣던지...

맛이 들어야하니 어느 정도 간간하면 되는 것이다.

 

 "저는 쪽으로 나눈 다음 껍질이 있는 상태에서 물은 넣지 않고 그냥 합니다. 

간장, 설탕, 식초만 넣는데 다시 끓여서 부울 일도 없어 간편하더라고요."

 "아하~~그래요? 처음 들어보는 방법입니다. 너무 쉽네요...ㅎㅎ..."

...................................................................

............................................................................

 "대화가 참 조근조근 재미납니다, 그냥 주부신가요?"

 "그럼요, 아차! 컴퓨터를 사용하시나요? 일기를 좀 쓰고 있습니다만......"

그랬더니 글을 쓰는 사람이냐며 시화전이 열릴 예정이니 꼭 오시라, 茶 한 잔 마시자,

몇 동에 사시느냐, 그러다가 결국은 시화전 장소를 알려주겠다며 집에 있을 전화에 문자까지 보내주었다.

마늘 다듬으러 나갔다가 처음 만난 사람들과 웃고 허물없는 대화가 오고간 것이다.

보험에 다니는 사람들일까, 교회에 다니라고 선교하는 사람들일까 추측도 해봤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이야기가 재밌었으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나저나 여인들이 갈 생각을 하지 않으니 일에는 진척이 없어서...

오후 들어 날 뜨거워진다며 얼른 다듬고 들어가야겠다 보내다시피 했는데...

조용하게 산다고 하면서 요즘은 뜻하지 않게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니 무슨 일일까?

 

 

 

 

 

2014년   5월   3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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