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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전부터 엄마가 며칠 날은 제삿날이니 비워놓으라 하셨다.

딸이 바빠서 예약을 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도와드리지 않으면 이제 힘이 드셔서 음식장만 하시는데 차질이 있어 그러실 것이다.

아침 일찍 기꺼운 마음으로 향했다.

 

 

 

 친정으로 가는 길은 갈 때마다 기대되는 놀라운 구간이 있다.

광역버스로 달리는 한 정거장이지만 한강다리를 무려 10개나 넘게 지나가는 곳으로...

강변을 끼고 달리기 때문에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시원하고 멋져서 지루할 틈이 없다.

그러나 자칫 한 개의 정거장을 정신 차리지 않고 멍~~하니 구경만하다 지나친다면?

택시가 바로 있는 곳도 아니고 버스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니어서 당황되기 일쑤이니 경험상...

미리 내린다고 삐~~~ㄱ 눌러 놓아야 한다.

 

 도착하여 아래층 현관문에서 열어달라고 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지만 들리지 않으시는지 소식이 없다.

핸드폰도 받질 않으셔서 집으로 전화를 하려니 학생들이 마침 들어가기에 얼마나 고마운지...ㅎ...

아버지께서는 그동안 동그랑땡이며 동태살이며 꼬치를 혼자서 다 꿰어 놓으시고...^^

 "우아~~~엄마는 참 행복하시겠다, 이런 남편이 어딨어?"

 

 자리에 앉기 전 걸레를 찾아 이방 저 방 청소를 했다.

아주 편안한 옷차림으로 왔기 때문에 거리낄 것없이 얼굴이 붉어지면서 손걸레질을 했다.

예전에는 엄마가 이렇게 털털하지 않으셨는데 안방에서 달콤한 茶를 마시다가 흘리신 자국에...

하얀 머리까락이 잔뜩 붙은 운수풀이 화투담요.....

옷장 앞이나 화장실로 이르는 거울 앞까지 성에 차지는 않았지만 구석구석 닦았다.

 "그만해! 어서 따뜻한 생강차 한잔씩 하자!"

 

 그리고는 지글지글 부침개를 시작했다.

산적에 두부부침, 아버지께서 가꾸신 부추전에 가죽나물, 파전까지 하면 거의 5시간이 걸리는데...

조금씩만 하자고해도 때마다 나오는 나물들이 달라서 하다보면 그렇다...ㅎ...

더욱이 요번에는 앉아서 부침할 수 있는 넓은 후라이팬이 고장 나서 나머지는 서서했지만,

옹기종기 얼굴 보며 식구들과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가 곁들여져서 재미가 났다.

친할아버지 제사인데 일찍 지내실 것이라며 저녁을 먹고 가라하셨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도 있고  밤이 되면 건설 중인 도시라 어설퍼 저녁 무렵 길을 나섰다.

 

 

                       (가시오가피)

 

  버스가 서울 시내처럼 자주 오는 곳이 아니어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참새가 방앗간 그냥 지나가지 않듯 주위의 들판을 어슬렁거렸더니 아주 건강한 쑥들이 가득하였다.

버스가 올 때까지만 뜯어보자며 고개를 숙이고 10분이나 지났을까?

모퉁이를 돌아오는 버스가 보여 쑥을 한 줌 들고서 냅다 달리기를 했는데 향기가 얼마나 좋던지...

앞쪽으로 앉아 비로소 가방에 쑥을 넣는데 옆에 앉으신 아주머니께서....

 "쑥 뜯으셨나요? 딸집에 다녀오는데 나도 쑥 한바구니 뜯어서 삶아 가져간답니다!"

 "아~~~그러셔요? 버스 기다리다가 쑥이 잘 자라서요, 향기가 참 좋습니다...ㅎㅎ..."

 "향기요? 향기라면 이 나물을 드셔보세요, 조금 나눠드릴게요!"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신 나물은 살면서 처음 보았던 '가시오가피순' 이었다.

냄새를 맡아보니 두릅과 비슷한 품격 있는 향긋함이 훅~날아든다. 햐~~~^^

삶아서 하룻 저녁 물에 담가두어 쓴맛을 빼고 초고추장에 그냥 찍어 먹으라 일러주시는데...

부침개를 답례로 드리고 싶었으나 무거워서 제일 밑바닥에 두었으니 꺼내기가 어려웠고, 

한 정거장만 달리면 내려야해서 조마조마한 마음에 아쉽기도 했다.

 

 오자마자 방금 뜯어온 쑥으로 된장국을 끓여 이제 서야 향긋한 봄나물국을 대하고...

시금치와 가시오가피를 연이어 삶아 고소한 무침에 초고추장을 곁들여 맛을 보았는데,

줄기가 두릅보다는 단단해서 그런지 씹히는 맛이 더 상큼했다 할까?

뒤쪽에 씁쓸함이 조금 남긴 했으나 물에 우리지 않아도 먹을 만했으며...

가시가 달려있었는데 새싹이니 약했지만 '가시를 씹는 여인'이라며 웃어도 보았다.

다섯 잎으로 되어 있어 오가피인가.....?

 

 하루 종일 친정에 오며가며 일이 집으로 이어졌지만...

고소한 기름 냄새와 달달함과 씁쓸한 맛이 어우러져 입맛도 좋아지고 뿌듯한 날이었다.

 

 

 

 

2014년  5월  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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