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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모처럼 엄마와 하룻밤!

평산 2014. 6. 7. 00:15

 

엄마에게 다녀온 후 4시간을 푹 잤다.
밤새 엄마는 씩씩하셨다.
진통제를 맞아달라는 소리도 없으시고 잘 견디셨다.
자다가 부스럭 소리에 눈을 떠보니 수술한 팔을 혼자 당기셔서는...
나를 내려다보며 옆으로 누워계셔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누구네 엄마 맞네, 장하셔라!

 


무엇에 부딪친 것도 아닌데 씻으시다가

오른팔이 부러지셨다.
그냥 힘없이 뼈가 '뚝' 한 것이다.
그리고는 조금 어긋나셨단다.
마침 아버지가 계셨으니 망정이지...


 병원에 도착해 보니 엄마가 수술실로

가시기 위해 복도에 나와 계셨다.
시간 전인데 벌써 움직이신 것이다.
이틀 전 다니러 갔을 때에는 2만 원을 주시며...
"나 죽으면 이것도 못 주고 후회될 것이니 받아!"
수술을 앞두고 걱정이 되셨던 모양이다.
'엄마, 팔인데 무슨?...ㅎㅎ..."
그 와중에 엄마를 놀려드렸다.

그러면서도 쓸쓸한 마음이 들며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엄마가 이다음에라도 마음에 남는

일이면 안 될 텐데...
 '다음에는 받도록 하자!'


 놀라셨는지 소화를 못 시키시다가,
이런저런 이야기에 시간이 가며

편안해하시기도 했다. 뼈가 너무나 약해서

수술한 정도도 못되셨지만, 움직이지 못하고

2주일을 그대로 있으시는 것보다야
회복이 빠를 거라며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겠다 했었다.


 마취가 덜 깬 상태에서 아가의 모습을 보이시며,
천장에 맑은 수정이 달려있다 하시고...
벽이 어둡다, 여기가 어디냐!
식구들을 알아보셨다가 몰라보셨다가.
기억이 없으셨다가......
밤 10시가 넘어 지켜보던 가족들이 돌아가겠다 하니,
엄마가 아픈데 어딜 가느냐, 더 있다가 가라!^^


아무래도 일찍 자는 분위기라 잠이 올까 했지만
이불을 돌돌 말아 다리를 높이고 누우니 편안했다.
문간이어서 얼굴로 비치는 불빛에 이렇게 자야 하나보다
했는데 스위치를 끄면 되는 것이었고,


 요령이 생겨서 이불 하나 더 갖고

깔고 덮으니 푸근하여,
12시가 넘었을까? 엄마도 깨셨길 레 소곤소곤....
 "엄마, 호텔 같아!"
그 말이 우스웠는지 고생이지 무슨 호텔 같냐며...
참지 못하시고 풋! 웃음보따리가 터지자
옆에 계시는 분도 커텐을 들추시고 빙그레~~~ㅎ
집 떠나 잠이 오지 않으시는지

핸드폰을 열었다 닫았다
뿅뿅.. 다라 락.. 스윙스윙...

소리가 계속 흐르기도 했다.


 다리에 꽂고 계신 線들이 많아 새는 일이 있었고,
동맥이나 정맥을 잇던 줄 제거할 때의 긴장감과
직접 화장실에 다녀오시겠다 해서 줄 들고 따라가느라
끙끙거렸지만 생각보다 곱게...
아주 곱게 걱정스럽던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불이 켜지고 화장실을 누가 들락거리고...
간호사가 카트를 끌며 별일 없느냐, 혈압을 재고...
갑자기 활기가 있었는데 새벽 5시가 조금 넘었을까?
'하루가 일찍 시작되는구나!'


 엄마가 자리에 앉았다.
 "왜?"
집에서도 자다가 앉아있기도 해, 몸이 성할 때도...
 "머리 빗겨 줄까?"
엄마의 하얀 머리가 난 예쁜데...
그 나이면 그냥 두고 싶을 것 같은데...
부끄러워하신다는 사실을 알고 여쭈었더니,
 "응, 모자도 시원한 것으로 바꿔줘!"


 그리하여 엄마의...
어깨까지 내려오는 흐트러진 금발을

가운데 가르마 타서 한쪽으로 동글동글

말아 핀으로 고정시키고... 다른 쪽도 곱게

빗겨드린 후 아래쪽에서 돌돌 말아
검은빛에 금빛 실이 들어간 리본 달린

모자를 씌어 드렸다.
 "엄마, 이쁘니까 사진 한 번 찍자!"
 "늙어서 무슨..."
"아버지께서 궁금하신지 일찍 오신다잖아...ㅎ..."


 엄마가 힘을 내셔서....
병원에 계시지만 분위기가 환하다.
팔을 조금만 움직여도 아파하셨는데 고정이 되어,
자신감도 찾으신 듯하고 식사도 잘하시고...
 이참에 뼈가 튼튼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찾아봐야겠다.





     2014년   6월   7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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