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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에서떠남

대관령목장

평산 2015. 11. 3. 22:45

 연일 안개가 낀 모양이어서 새벽에 일어났으나 일출은 못 봤다.

늦게 잠이 들었으니 다시 들어가 잘까했는데 먼저 일어난 친구가 있어 아침체조를 해보며...

밥을 해먹고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대관령목장에 꼭 가보고 싶다는 친구 때문에 그 곳으로 향했다.

사진으로는 여러 번 대했지만 나도 처음이라 군소리 없이 따라나섰다.

 

 

 

  주차장에서부터 걸어 올라가는 사람은 없는 듯하였다.

목장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타고 1140m '동해전망대'에서 내렸는데 차가운 바람이 불고 몽롱한 분위기에 와락 휩싸였다.

무릎담요가 보여 짐이 되더라도 선뜻 갖고 내렸는데 얼마나 잘한 일인지!

치마처럼 허리에 둘렀다가 목에다 칭칭 걸었다가...^^

이 꼭대기에서는 다이아몬드보다 소중했으며 추우면 분위기고 뭐고 당장 내려가자 했을 테지만...

 

 

 

 나름 낭만이 있고 근사하였다.

풍차를 돌려 강릉 인구의 60%가 쓰는 전기로 거듭난다니 오호~~~ㅎ

 

 

 

 '바람의 언덕' 구간부터 걷기 시작했다.

우리가 내린 그 자리서 버스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도 있었으나 씩씩하게 바람을 갈랐다.

 '1시간 20분 걸린다는데 뭐 그 까짓 거!'

영화촬영한 곳도 많았고 가다보면 소똥이 길을 막기도 했지만 목장이니 당연하지 않은가!

 

 

 

 높이가 얼마 차이나지 않았지만 위아래의 풍경이 이렇게 달랐다.

잎이 떨어진 나무들의 썰렁함과 아기자기한 단풍의 고운 풀밭으로 이어진 '숲속의 여유' 구간이었다.

이슬이 맺힌 보랏빛 들국화, 넓은 청초록 잎파리, 구슬 같은 주홍빛 나무열매가 반가웠던 곳이다.

다들 흩어져서 앞 뒤 사람이라야 몇 명 있었을까, 대관령 맑은 공기 마시며 우정은 깊어지고 상큼하였다.

 

 

 

 3구간인 '사랑의 기억' 으로 들어서며 똑같은 풍경에 약간 지루해지기 시작했을 때 양떼들을 만나 다시 기운을 얻었다.

어디서들 있다 나타난건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양떼를 모는 목양견의 솜씨가 탁월해서 놀랐다.

이렇게 가까이 오니 웬일이냐며 무척 반가웠는데 아휴~~~냄새가~~~ㅎ

언제 목욕을 하겠는가, 생각보다 재밌었던 양몰이 공연이었다.

 

 

 

 '초원의 산책'인 4구간은 가장 긴 구간이었다.

겨울옷을 가져온 친구는 추울 리가 없었고, 친구의 패딩 조끼와 담요를 뒤집어 쓴 나도 든든했지만...

패딩 조끼를 빌려주고 가죽점퍼와 목도리를 두른 그녀는 한사코 춥지 않다했으나 입술이 퍼랬다.

소들도 추워서 의욕이 없는 눈초리였으니 미안해서 얼른 그녀에게 담요를 둘러주었다.

 

 

 

 햐~~~~

한쪽에서는 씨앗이 여물어가며 들꽃이 피어 있고 목책길을 거니는 사람들...

아름답지 않은가!

 

 

 

 여기쯤 왔을 때 서로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버스를 타면 어떨까~~~했을 것이다.

사탕을 하나씩 먹었을 뿐 휴게소에서 따뜻한 茶 한잔하자는 희망으로 내려왔는데 휴게소는 어디에 있는 걸까.

다행스럽게도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라 바람이 잦아들고 평온해서 춥지 않았으며...

미리 계획을 짜지 않고 온 여행이지만 느리게 걸으며 쉼 하는 것이 요번 여행의 주제인 것처럼 느껴졌다.

 

 

 

 마지막 구간(마음의 휴식)에서는 걸어서 내려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아랫녘이라 그런지 草地도 푸릇한 모습이고 양떼들도 춥지 않은 듯 자유로웠다.

 "내려가서 무엇을 마실까?" "양젖을 먹어볼래...ㅎㅎ..."

그리고는 휴게소에 도착하여 양젖을 찾았으나 없어서 우유를 단숨에 마시고  달콤한 과자를 하나 입에 넣었는데...

우와~~~며칠 굶은 사람들처럼 눈을 커다랗게 뜨고 맛있다며 감탄하였다.

천천히 내려와 무려 3시간 넘게 걸렸으며 한번쯤은 와볼만한 곳으로 기억해본다.

 

 

 

 2015년  11월   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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