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늘상에서떠남

이효석 문학관

평산 2015. 10. 29. 16:09

 계획 없이 목적지로 향하다 제일 먼저 들렀던 곳이다.

이런 곳이 있는 지도 몰랐다.

대낮이라 숙소에 그냥 들어가기가 아까워 근처를 둘러보다 가자고 했다.

 

 

 

 메밀꽃은 이미 져서 씨앗이 맺혀있었다.

온 갓 잡풀이 가득한 줄 알았더만 혹시나 하고 들여다보니 바로 앞에 이런 밭이 있었던 것이다.

꽃이 졌다하여 구경꾼들은 어디로들 가고 붉은 줄기에 까만 씨앗만 매달고 있는가!

메밀밭이 보이자마자 주위에 널려있던 메밀밭들이 여기저기서 달려들었다. 볼만했겠네!

 

 

 

  生家가 있다 해서 문학관보다 먼저 발길을 돌렸는데...

이효석이 살았던 곳은 부지확보가 어려워 이곳에 지었다는 팻말에 가까이 갔다가 그만 김이 팍 샜다.

生家가 진짜든 아니든 돌아서면 별 차이도 없을 테지만 하여간 기분이 그랬다...ㅎㅎ...

초라한 맨드라미가 자줏빛을 발하며 초가와 잘 어울렸다.

 

 

 

 이효석 문학관으로 들어섰다.

생각보다 많은 작품을 남기고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러니까 겨우 36세에....

 '메밀꽃 필 무렵' 하나의 작품만 봐도 재미있고 구성이 탄탄하여 젊은 나이에 어찌 그런 표현들이 나왔을까?

장돌뱅이 허생원이 봉평장을 보고 주막집 토방에서 자려니 여름날 더워서 냇가에서 목욕을 하려는데...

옷을 바위에 벗어놓자니 달빛이 너무 밝아서 물레방앗간에 들었다가 봉평에서 일색이었던 성서방네 처자와 마주쳤다.

그녀의 집은 가세가 기울어져가는 형편으로 걱정이 있었는지 방앗간에서 울고 있었다.

얼금뱅이에 숫기가 없었던 허생원은 그동안 좋다고 달려드는 여인도 없었고 계집 하나 후려 보지 못한 신세로 서글펐는데,

눈물 흘리는 처자를 보자 처음에는 서로 놀랐으나  어찌어찌하여 달빛이 드는 물레방앗간에서 무섭고도 기막힌 하룻밤을 보냈다.

그 밤이 첫날밤이며 마지막 밤으로, 일어나보니 처자는 어디로 갔는지 그 인연 때문에 봉평장을 반평생 넘나들게 되었다.

제천으로 떠났다는 말에 몇 번이나 찾았으나 평생 잊을 수 없는 밤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어느 날 젊은 장사꾼 동이가 봉평이 고향이며 제천에 살고 있다는 어머니 이야기를 하면서 허생원의 귀가 솔깃해졌다.

더욱이 아버지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는 말과 자신과 같은 왼손잡이인 것을 발견하고는 어허~~~ㅎㅎㅎ

 '그 하룻밤 만리장성으로 동이가 태어났던가!'

  

 

 

  문학관 뒤에 오솔길이 있어 올라보았다.

산책길로 길게 이어지는 듯했으나 의자 두 개가 놓여있는 곳에서 앉았다.

마을이 평화롭게 내려다보이고 따스한 햇살에 얼마나 한가로운 시간이었는지...

가을이 아니어도 맨 날 보는 동네에서 벗어나 가끔은 후련하게 떠나볼 일이라며 소곤소곤했다.

그리고는...

 

 

 

 가볍게 먹자며 메밀의 고장이라 메밀국수에 메밀전병에 메밀묵사발을 주문하였다.

콩나물 몸집의 반 정도나 될까? 귀여운 메밀 싹은 아삭아삭 생김대로 아주 연하였다.

먹었으니 이제 숙소로 가 볼까나?

아니아니...한 곳 더 둘러보고 가자...^^*

 

 

 

 

 2015년 10월  29일   평산.

'늘상에서떠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관령목장  (0) 2015.11.03
전나무숲 야외전시회  (0) 2015.10.31
그 곳...  (0) 2015.10.10
간송 전형필 가옥 개방  (0) 2015.09.18
처음대하는 선배님 댁 방문!  (0) 2015.07.25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