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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짧게 자른 이유가 어리게 보이려고 그랬나요?"
".....................네?"
"같이 여행가는 남자들에게 어리게 보이려고 잘랐냐고요."
밥을 우물우물 먹다가 뜻하지 않은 질문을 받았다.
음식을 새롭게 한 접시 가져와 탁자의 귀퉁이에 앉아서 그 남자가 물어보았다.
"아니, 왜 밥을 귀퉁이에서 드세요?"
"옆모습을 보려고 그랬지요!"
글쎄,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런 것 같진 않았다
어리게 보이려고 머리 자른 것을 확신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었다.
바로 앞에서 정곡(正鵠)을 찌르자니 미안해서 일부러 귀퉁이에서 물어보는 듯...
"짧게 자르면 편해서 이제 못 기르실 걸요?"
미용사의 말에 거울을 보며 자꾸 살피는 것 같은 모습도 그래서 눈을 꼭 감고 있다가 떴더니,
얼굴과의 조화를 생각했으면 좋으련만 얼굴 따로 머리 따로여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물쭈물하며 설명이 부족했던 탓도 있으니 누구를 원망하랴!
머리가 잘 자라는지 실감을 못하다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니 얼마나 잘 자라는지...
예상보다 짧게 잘라져 서운했지만 금방 자랄 것이라 상관없다며...
당분간 외출은 뒷동산이나 다녀야겠다 했지만 하루가 지나자 짧다는 사실도 흘려버리고,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아 두어 번 나갔는데 오늘도 그런 경우였다.
"그러니까, 어리게는 보이나요?"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웃음이 나와 되물어보았다.
어리게 보이면 나이 들어 보이는 것보다야 성공이지만 ...
어리게 보이려고 애 쓰는 편이 아니라서 오히려 어색하기까지 하며 대답 대신 물었던 것이다.
여성성이 다소 적어졌더라도 관리하기 수월하고 시원함에 나름 점수를 주며 위로하고 있는데,
이런 질문을 받다니 이 남자가 혹시 질투를 하는 건가?
그런 사이가 아닐 텐데? 갸우뚱......^^
"질문한 것에 대답이나 먼저 하세요!"
"ㅎㅎㅎㅎㅎㅎ...."
장난으로 하는 말인가 했더니 아니었을까, 같은 질문의 반복에 웃음보따리가 터졌다.
"여행 가는 곳의 사람들 잘 몰라요, 갈 때마다 사람들이 다르고 여자가 더 많습니다.
사적인 이야기들은 전혀 하지 않고 서로 자신들 일에나 집중하지요."
머리가 어깨를 덮으니 덥고 관리하기가 편안해서 그랬던 거지요, 무슨???"
그 남자의 무표정했던 얼굴이 풀어지며 바로 이해가 가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마음을..들킨 셈이네요?"
요번에는 내가 그 남자의 정곡(正鵠)을 콕 찔렀다.
"................................."
2016년 7월 5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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