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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한가위를 앞두고 방긋!

평산 2015. 9. 22. 12:40

 

 가까이에 살다가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이사 간 동창아이가 있다. 어딜 다녀오자면 그 집 꼬마가 '평산 아줌마,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했었는데 어느 날부터 들리지 않아 살던 일 층집을 유심히 바라보았더니 갓난아기 옷이 걸려있어서 이사 간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자식들 키우며 이런 저런...어려웠던 이야기들... 들어주기만 해도 그 아이의 마음을 덜어준다고 생각했지만  서로의 입장이 다른 것을 알고 시간이 지나며 마주하는 일이 적어졌었다.

 

 가끔 모임에 나가서 아이들이 이 친구에 대해서 물어보면

뭐라고 이야길 해야 할지...아무 말 없이 이사 갔다고 말하기가 부끄럽기도 했고 자존심도 상했다.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야 많았지만 내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그 친구 흉을 보는 듯해서 조심스러웠으니 마음을 터놓기도 쉽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무겁게 자리하는 게 없어 편안하게 생각했지만 그 친구 소식을 물어보면 무엇을 숨기는 사람처럼 우물쭈물하게 되어 차라리 묻지 않길 바랬다.

 

 '서운한 점이 있었나봐!'                                            
 '말도 안하고 이사를 가다니...'

 어느 덧 모임에 나오지 않은지도 2년이 되고 있었다.

 

                                                                       

 지난 일이지만 음악회 티켓이 생겨 연이어 3번을 그 아이와 갔었다. 장소도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으로 훌륭해서 난 가기도 전에 설레었는데 이 아이는 음악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대는 쳐다보지도 않고 귀를 기울이지도 않는 듯 음악회 들어갈 때 여러 개 뽑은 팸플릿만 넘기고 있었으니...

 '재미가 없어서 일까?'

 '선뜻 가겠다고 했는데......'

 

 밖으로 나와 집으로 향하며 스스럼없이 음악을 전공했다는 아이가 왜 그러니? 했더니 집에 같이 가지 않겠다며 뿌리치고는 혼자서 걸음을 재촉했다. 혹시 목소리가 컸을까 미안하다며 따라가서 집에 같이 가자고 여러 번 애원했으나...다음날 아침에도 전화를 걸어 뭐라고 뭐라고 큰소리로 이야기를 해서 그만큼 했으면 사과도 충분히 했으니 그 아이에게로 향하는 마음은 잊어버리자며 지냈다.

 

 하지만 같은 동네에 살면서 마주치지 않겠나? 한번은 멀리서 피하며 지나가더니 한번은 딱 마주쳤는데 그동안 네가 화가 나서 전화도 하지 않았지? 하며 먼저 말을 건네길 레 즉시 감동을 받아 잘 지냈니? 하고 안아주면서 그동안 품었던 마음을 모조리 풀었는데...

 

 며칠이 지나 특별한 음식을 하게 되어 나눠 먹으려고 갖다주었더니 마치 내가 다시 친해지려고 물질공세를 펴는 것처럼 대하길 레... 아하, 이제 아니구나! 마음속에서 정리를 하는 것처럼 생각했었다. 살다보면 누구나 다 잘 지낼 수는 없는 것이고 내가 싫어서 그렇다면야 무슨 에너지가 남아서 저를 회유할까!

 

 그러던 생각이...모임에 나온다는 이야기에 금방 녹아 내려 가벼워지며 얼마나 예뻐 보이던지...사정상 살림을 줄여 이사 가게 되었다는 사연과 함께...측은한 마음도 들고...이래서 동창인 게로구나! 마음 편하게 이사 가게 되었으면 행여 말을 하지 않고 갔을까!

 

 2년여 만에 만난 그 아이는 전여 낯설지 않았다. 제일 일찍 오는 사람에게 詩集 한 권 선물한다 했더니 1등으로 달려온 그 아이...ㅎ

산책하며 모은 네잎클로버를 詩集에 꽂아서 줬더니 소녀처럼 좋아하는 모습에...끊어질 듯 다시 이어진 인연이라며 묶은 실타래  한가위를 앞두고 풀어서 기분 좋다.

 


 2015년   9월   22일   평산.

 

 

 

 

 올해 들어 내가 모임을 주선하게 되었는데...

봄에 학교에서 그 아이를 봤다며 나에게 미안해하더라는 소식을 다른 친구로부터 들었다. 모임을 주선하는 입장이니 전화를 해보라고 하는데 말도 없이 이사를 가서 처음에는 선뜻 내키지 않았으나 '앞으로 안 본다는 말보다야 미안해하더라.'는 소리에 한편으로는 반가움이 밀려와 맘 변하기 전에 얼른 문자를 보냈다.

 '그동안 섭섭한 점은 다 용서하고 모임에 나와!.'

즉시 전화가 따르르릉~~와서 화들짝...ㅎㅎ

 "용서할 게 뭐 있어, 모임에 나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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