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이지만 음악회 티켓이 생겨 연이어 3번을 그 아이와 갔었다. 장소도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으로 훌륭해서 난 가기도 전에 설레었는데 이 아이는 음악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대는 쳐다보지도 않고 귀를 기울이지도 않는 듯 음악회 들어갈 때 여러 개 뽑은 팸플릿만 넘기고 있었으니...
'재미가 없어서 일까?'
'선뜻 가겠다고 했는데......'
밖으로 나와 집으로 향하며 스스럼없이 음악을 전공했다는 아이가 왜 그러니? 했더니 집에 같이 가지 않겠다며 뿌리치고는 혼자서 걸음을 재촉했다. 혹시 목소리가 컸을까 미안하다며 따라가서 집에 같이 가자고 여러 번 애원했으나...다음날 아침에도 전화를 걸어 뭐라고 뭐라고 큰소리로 이야기를 해서 그만큼 했으면 사과도 충분히 했으니 그 아이에게로 향하는 마음은 잊어버리자며 지냈다.
하지만 같은 동네에 살면서 마주치지 않겠나? 한번은 멀리서 피하며 지나가더니 한번은 딱 마주쳤는데 그동안 네가 화가 나서 전화도 하지 않았지? 하며 먼저 말을 건네길 레 즉시 감동을 받아 잘 지냈니? 하고 안아주면서 그동안 품었던 마음을 모조리 풀었는데...
며칠이 지나 특별한 음식을 하게 되어 나눠 먹으려고 갖다주었더니 마치 내가 다시 친해지려고 물질공세를 펴는 것처럼 대하길 레... 아하, 이제 아니구나! 마음속에서 정리를 하는 것처럼 생각했었다. 살다보면 누구나 다 잘 지낼 수는 없는 것이고 내가 싫어서 그렇다면야 무슨 에너지가 남아서 저를 회유할까!
그러던 생각이...모임에 나온다는 이야기에 금방 녹아 내려 가벼워지며 얼마나 예뻐 보이던지...사정상 살림을 줄여 이사 가게 되었다는 사연과 함께...측은한 마음도 들고...이래서 동창인 게로구나! 마음 편하게 이사 가게 되었으면 행여 말을 하지 않고 갔을까!
2년여 만에 만난 그 아이는 전여 낯설지 않았다. 제일 일찍 오는 사람에게 詩集 한 권 선물한다 했더니 1등으로 달려온 그 아이...ㅎ
산책하며 모은 네잎클로버를 詩集에 꽂아서 줬더니 소녀처럼 좋아하는 모습에...끊어질 듯 다시 이어진 인연이라며 묶은 실타래 한가위를 앞두고 풀어서 기분 좋다.
2015년 9월 22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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