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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에서 5학년 때 서울로 전학 온 뒤 1년을 다닌 초등학교다.
결혼을 하고 잠시 다른 동네에서 살다가 다시 이사 와 오래도록 학교 주변에서 살았는데,
당시에 교장선생님께서 같은 초등학교 출신은 아니셨지만 총동문회를 만들자고 주선하셨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이럴 경우 당신의 출신학교가 아니니 관심 쓰지 않으실 텐데..
찾아오는 졸업생들을 보시고 만들면 좋겠다 하셔서 마침 동네에 살아 머릿수 채우러 갔다가
임의로 감사라는 감투를 쓰게 되고 분위기상 뿌리치지 못했다.
정산할 돈이 있어야 감사할 무엇이라도 있을 테지만 이제 만든 동문회라서
나에게 주워진 일은 사실 없는 것과 같았으나 직책이 주워졌어도 실제로 일하는 사람이
없어서 시간이 가며 어쩌다 안주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2014년 가을 산행을 처음 시행하게 되었는데 체계(體系)가 없으니,
장소를 정할 사람도 없었고, 막상 山에 갔어도 이끌 사람이 없어 앞장서게 되고,
사진도 찍어야지, 회비도 받아야지, 다녀와서 글도 올려야지, 정신 없었는데
미약하게 시작되었던 동문회가 어느 덧 4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올해도 그냥 넘어가게 되면 내년 한 해를 더 버텨야 하는 까닭에 기운이 빠져서...
각 기수별로 회장할 사람을 찾아보다 두 달 전쯤 적당한 사람을 다행스럽게 만나게 되었다.
현재 회장님께서도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은 있으셨지만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여기까지 오셨는데,
일단 나 혼자 알아본 결과이니 회장님께 연락드리고 섭섭지 않으시겠냐고 여쭙고는...
일사천리(一瀉千里)로 新久의 만남과 총회 밎 송년회라는 마지막 행사를 치르게 되었다.
식당에서 송년회를 하면 별다른 일이 없지만 학교라 길 안내하는 이정표부터,
혹시나 당일에 다른 후보자가 있을지도 몰라 투표용지와 투표함도 준비하고
날이 추워져 따뜻한 저녁을 먹어야 하니 출장뷔페를 어느 곳으로 선정할지 옥신각신에...
비어있는 공간을 이용하여 미술 공부하는 동기의 작은 재롱잔치도 꾸미기로 했다.
퇴임식, 취임식이 있어 꽃다발 준비에 코르사주(?)도 챙겨야 했지,
식당과 총회하는 장소가 달라 커피서부터 각종 茶를 별도로 준비해야 했고,
사회자가 순서를 빠뜨리지 않게 조율하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검색하여 경과보고를 돕고,
다음 회장단에 넘겨줘야 하는 재무보고에 2부 식사 때 어느 분께 건배 제의를 맡길까?
혼자 온 동문 어색하지 않게 챙기기, 3부에 있을 유흥 행사 이야기에...^^
1부 공식행사가 끝나고 60명 정도가 운동장을 가로질러 꼬마들 점심 먹는 식당으로 향했는데,
음식을 마주하고 즐거워하는 표정에 뿌듯했으며 앞으로 참여하는 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었다.
3부 음악시간에는 소질 있는 분들(과거에 그룹사운드로 악기를 다루셨던)이 개인기를 발휘하여
이곳이 동문회인지 콘서트에 온 것인지도 모르게 귀 기울이고, 환호성을 지르고...ㅎㅎ...
연세가 있으신 선배가 오랜만에 학교에 오신 소감을 들려주실 땐 찡한 마음으로 공감하며
다 함께 하는 기차놀이에 나이를 뛰어넘어 선후배가 되기도 했다.
옆에서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그동안 기가 막혔던 일들도 있었으나,
송년회를 끝으로 주관하던 행사를 마쳤으니 홀가분하다, 시원~~~ 하다.
나다움을 찾는데 시간을 좀 더 보내야겠다!
2017년 12월 4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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