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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없어 따스한 '속쇠' 길을 걷는다.




 속쇠가 퇴행성관절염에 좋다는 설명에 관심이...ㅎㅎ




 대관령 옛길을 30분쯤 걸으니 하늘이 보이며 양떼목장을 지나게 되었다.

2년 전쯤 다녀온 목장인데 바로 옆이 옛길이었다니 길은 서로 통하는 것이 진리인가 보다.

계속해서 억새밭을 구경하고 잠시 정상처럼 보이는 곳을 지나




 강릉으로 향하는 내리막길로 반 시간을 내려오자 대관령 성황사에 도착하였다.

이곳 성황사(城隍祠)는 '강릉 단오제'와 관련된 사당으로...

신라 말 고려초의 고승인 범일국사를 모셨으며 그가 국사성황신(國師城隍神) 이었다.

 

 


 성황제를 지내고 신맞이 굿을 한 다음 뒷산에서 신목(神木)인 단풍나무를 베어 들고 강릉으로 행차하게 되며,

전국에서 신 내렸다는 사람들이 본거지로 여길 만큼 한 번쯤은 성지순례 마냥 다녀가는 곳이라 들었다.

마침 굿을 하려는 준비물들이 곱고 화려해서 허락을 받고 담아보았다.




 성황사 내부를 잠시 들여다보고...




 바로 옆 산신당에 들렀는데 기도하는 사람이 있어 조심스러웠다.

이곳은 신라 장군  김유신을 모신 곳으로 매년 음력 4월 15일에 산신제를 올리며

성황사와 더불어 국가 무형문화재 제13호로 뒤쪽에 기도처인 칠성당과 샘물 용정이 있었다.




 낮은 산자락에는 조릿대가 양쪽으로 빽빽하게 나뉘어 우리를 한 줄로 꽁꽁 붙들어매었다.

보이는 곳은 폭이라도 넓지, 한 사람이 지나기 딱 알맞아서 포로가 되어 바스락거림을 즐겼다. 

한글날이라 휴일이었어도 일반인들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을 만큼 주변은 人家가 없었으며,

숙박시설과 가게도 없어 아리바우길을 가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영동고속도로가 가까워졌을 때 밥차가 와서 점심 도시락을 전해주었다.

힘내라고 그랬나 돈가스에 돼지 두루치기, 소 불고기로 고기반찬이 그득해서 웃음이 나왔다.

채소는 볶음김치와 장아찌가 조금 들어있었는데 밥이 뻣뻣하여 조금 남겼고

오후 걷기에 앞서 준비단계로 숲속에 잠시 숨었다 나왔다.^^




 밥 먹은 장소는 車 소리 없이 깊은 산골짜기로 보였으나 바로 아래에 영동고속도로가 지나고 있었다.

그러니까 산 허리에 길을 내어 고속도로를 만들었으며 마침 길을 건너야 해서 얼마나 조심 시키는지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대관령 옛길' 표지석 뒤에는 전망대가 있어서...




  강릉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동해바다까지 시원시원하였다.

날이 좋아도 안개가 끼는 경우가 있어 이렇게 맑은 날은 드물다는데 행운이 자꾸 따라왔다.

그러니까 3코스는 저 바다까지 걸어야 하는데 도로가 아닌 산길을 되도록이면 경유했다.

 



 옛길 표지석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바다 쪽으로 내려갔다.

계단참이 높으며 길게 이어졌는데 잠시 쉬다 걸었더니 다리가 적응하지 못하고 불편하였다.

높이 865m, 길이 16km 인 대관령 옛길은 아흔아홉 구비로 전해지며 조금 지나자

고속도로 바로 위에서 처럼 똑같은 환경의 길이 구불구불 이어졌다.

 



 가수 이미배씨가 함께 걸었다...ㅎㅎ

걷기를 좋아하시지만 주위에 걷는 사람이 없어 혼자 오셨다며,

선정되기 위하여 가수임을 밝히고 분위기에 따라 노래를 부를 수 있음을 적으셨다 한다. 

低音이 매력적이셨고 가을에 어울리는 노래와 동요도 정성껏 부르셔서 프로임이 느껴졌다.

연세가 70세신데 아주 씩씩하셨고 숲속에서의 이따금 작은 음악회(♬)에 흥이 났었다.




 낮은 곳에 이르렀는지 물소리가 쏴아 쏴아 청량하였다.

점점 힘들어지는 시점이어서 발 담그고 싶었으나 시간이 없을 듯하여 꾹 참았다.

도착하자 앞서 걸었던 분들이 벌써 양말을 신고 있어서 엄두를 못냈던 곳이다.




 집에 가서 물소리를 듣겠다며 동영상을 찍는 분들도 있었다.

힘들어지며 밋밋했던 걷기가 다시 활기를 띨 수 있게 물소리가 도와주었다. 




 한양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았거늘 옛길에 주막이 없었겠는가!

손님이 많았는지, 비좁은 방에 가리 막을 치고 한쪽에서는 선비가 글공부를 하는데,

바로 옆에서는 주모와 객이 술을 마시며 웃고 있었다.

대관령 옛길 시작 지점에서 점심시간 빼고 5시간쯤 걸었을까?




 주막을 지나자 물길이 넓어지며 무척 아름다웠던 그야말로 선경(仙境)이 나타났다.




 참을 수 없어 바위에 앉아 발을 담갔다.

 아~~~ 좋았어라!




 정철이 이 길을 지나며 '관동별곡'을 썼고...

김홍도가 옛길 중턱에서 대관령 경치에 반해 화구를 펼쳐놓고 그림을 그렸다는데,

바로 이곳이었을까?




 참가한 사람들은 연세가 있으셨어도 공통점이 계속해서 걸었던 분들이었다.

버스 몇 정거장 걸어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집에서 가만히 있기보다는 나들이를 즐기며.

부지런한 사람들이었다. 참나무가 많았던 구간을 지나 소나무가 보이기 시작했다.




 첫날이라 예정된 구간보다 짧게 일정을 끝내고 산길을 13km 정도 걸었을 것이다.

계속 내리막길이라 막판에 피곤함이 느껴지고 다음날이 걱정 되었다...ㅎㅎ

강릉에 있는 녹색체험센터로 이동하여 저녁을 먹고 방 배정을 한 후...

(어제와는 방 쓰는 사람들이 달라 도착하자마자 물 끓이는 분이 있었는데 따뜻한 보이차를 여러 잔 

얻어 마시고 한때 박완서에 빠졌다는 두 분과 한 시간여 이야기를 나눈 후 잠자리에 들었다.)


 


 내가 막내여서 네 분은 방에서 주무시라 하고 마루에다 잠자리를 폈는데...

화장실 가기도 편리했고 혼자 야경을 즐기며 새벽에 베란다로 나가 별 구경도 좋았다.

겨울의 대표적 별자리인 오리온이 머리 위에서 낮게 반짝반짝 빛났다.



 지나온 길을 대충 짚어보았다.

여기까지가 걷기 첫날 이었다.





 2019년  10월  16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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