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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온다니 요번에는 아버지 일터와
텃밭으로 가 아닌 친정집으로 향했다.
지난번 아버지께서 손톱이 하얘지며 다리가 멍들고
붓는다 하셨는데 청소하고 돌아서기 바빠서
살펴드리지 못하고 온 점이 생각나 도토리묵무침과
양배추찜으로 점심을 먹고는 대충 청소해 드리고...
"아버지, 손톱 좀 보여주세요!"
계란을 한 알씩 드셔야 좋다고 말씀드려도
채소를 좋아하시는 아버지께서는 목에서 넘어가지 않는다며
한사코 드시질 않았는데 어느 날 손톱이 하얗게 변한다고
말씀하셔서 병원에 가자 하시면 뭐 이러다....
말씀을 흐리시고... 무좀일까요? 영양이 부족하셔서?
잘 드셔야 한다고 말씀드리자 그다음부터는
하루에 한 알씩 챙겨 드시는 편이다.
"정말 손톱이 변하셨네!"
몇 개가 하얗게 변하셨고 손톱이 자라기도 하셔서
"손톱 깎아드릴까요?"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상처날 까봐 쉽게 깎지 못했구나."
"그러시다면 깎아달라 하셔야지요."
물론 돌봐드리지 못한 자식이 부족했던 점이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아버지 손톱을 깎아드리게 됐는데
손톱깎기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아버지가 흘려보낸
세월만큼이나 불쌍하게 변해있어서 손톱과 함께 슬펐다.
"네가 일본 갔다 오면서 사준 거야!"
그 일본 다녀온 지가 강산이 변했으니 아이고~~~
신문지 펴고 살 찝히지 않을까 조심조심!
일을 열심히 하신 손이라 핏줄이 솟고 손톱이 가지런하지
않으셨으며 양쪽 귀퉁이는 찌그러지셔서 작은 도구와
갈아주는 기구를 두루 사용해야만 했다.
"내친김에 다음은 발톱으로 갑니다."
"밥톱까지 해주려고?"
아버지 발톱은 무좀이 있으셔서 붕 솟아올라 발가락 끝에
기와지붕을 얹은 모습이었는데 아프지 않으시다니 참참참!
발톱이 두꺼워 평범한 깎기로는 어찌하기도 힘들었다.
"발톱이 양말을 물어뜯어!"
"그래요?...ㅎㅎ"
잘 안보이시니 깎지 못했다며 부끄러워하시는 아버지!
"그래서 갈아주는 도구를 많이 사용해!"
워낙 발톱이 들쑥날쑥 위로 올라가기도 했고...
무좀이 심하신 편이셨지만 바로 우리 아버지 아니신가?
무좀균이 하나도 무섭진 않았는데 얼굴을 가까이
대고 해야 하니 가루가 날려 마스크를 쓰긴 하였다.
아버지 얼굴 표정은, 딸이어도 무좀균과 일하시느라
예쁘지 않은 손톱과 발톱이어서 부끄럽기도 하셨고,
아랑곳하지 않는 딸에게 고맙다는 얼굴이 겹쳐서
분홍빛이 되셨다. 난 이 여세를 몰고 가서...
"바지를 좀 올리겠습니다?"
멍이 보랏빛으로 변한 다리를 살피는데 피부가
힘없는 물고기 비늘모양처럼 얇고 희끗희끗 건조해 보여....
바디로션을 듬뿍 취해 아버지 종아리부터 발바닥까지
마사지해 가며 발라드리고 발바닥을 꾹꾹 눌러드렸더니
"너 발마사지사 해도 잘하겠는데?...ㅎㅎ"
집에 오자마자 제일 커다란 발톱 깎기와 갈아주는
도구를 사서 잊어버리지 않게 가방에 넣었다.
'이제부터는 자주 깎아드려야지!"
2024년 10월 2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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