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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워싼사람들

아버지 텃밭에서...

평산 2024. 6. 30. 23:24

 일터에서 아버지를 도운 것은 처음일 듯싶다.

어쩌다 친정에 가면 채소들을 얻어만 왔지, 

호미 들고 풀 뽑은 것은 처음이었다.

 부지런하셔서 기회를 주시지 않는 점도 있고

근래에는 허리 때문에 텃밭을 가꾸지 않는다 하셨는데

일찍이 심어놓으신 살구와 앵두, 자두나무... 등

먼저 살구를 따라고 하셔서 비닐을 들고 비탈길을

올라 오라버니와 손놀림을 빨리해 보며 모기들이

달려들어 마구 찔렀으나 수확의 기쁨을 누려보았다.

 

 무슨 꽃이냐고 물었던 밭 한쪽 구석의 접시꽃!

 

 아버지 꽃밭에 흐드러진 능소화!

 

 두 번째 일거리는 근대밭이었다.

알맞게 이파리를 떼며 풀을 뽑는다 했지만 

일주일 후면 무성하게 자라니 더 떼라 하셔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재미가 나 농부 체질인가???

 

 다음은 상추잎을 수확하고 풀을 모조리 뽑았더니

말끔하게 잘했다고 칭찬받았다. 이때쯤 아버지와

오라버니는 고춧대 옆으로 나온 순을 떼어주고

더덕밭 풀을 뽑고 있었을 것이다.

 

 몇 포기 토마토 심은 곳에도 풀을 뽑으며 

줄기 가까이에 구덩이를 파고 비료를 준 후 

주변의 흙을 곡괭이로 두둑하게 감싸주었다.

그러면 토마토가 무척 좋아한다고... ^^

 

 강낭콩도 몇 포기가 보이고...

 

 앵두는 따는 시기를 놓쳐 물러지고 상한 것들이 

많았는데 크기가 있어서 탐스러웠으며

앵두나무가 있는 것도 몰랐지 뭔가! 

 

 집에 도착했더니 수확한 한 줌도 거의 터졌지만 

버리기는 아까워 살살 씻어 잼을 만들어보았다.

농익은 앵두라 은은한 향에 먹을만하였다.

 

 아직 푹 익지 않은 살구라 오히려 좋았다.

아버지께서는 시어서 못 드신다 하고 오라버니는 

안 가져간다고 해 몽땅 우리 집으로 왔다.

매실처럼 설탕에 재려고 하나하나 흠이 있는 곳은 

도려내고 벌레 먹은 것은 버렸는데...

 

 엄마가 주신 고추장 항아리에 넘실넘실 찼다.

매실청처럼 설탕대신 음식하는데 넣어보려는

생각이었으나 검색해 보니 잼을 만들거나 시원한 

여름 음료로 만들어 먹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고 설탕 대신 못 쓰는 것은 아니겠지?

씨앗과 흠집을 떼어낸 부분이 작품으로 보였다.

 

 살구는 물이 풍부한가 설탕이 금방 녹으며

하루가 지나자 꼬들꼬들 해지고 거품이 생기기 시작해

혹시 설탕이 모자란가 했다가 모자란다 해도

더 넣으면 물이 많아져 넘칠 것 같아서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 숙성시키고 있다.

 

 도와드린 보람이 있었고 밭에 상추는 꼭 있으실 것 같아

쉽게 해 드시라고 간장을 만들어 간 점이 잘했다 싶었다.

한낮에 바짝 두어 시간 넘게 일했었나? 모기에

일곱 번쯤 물려 빨갛게 볼록볼록 일어났어도

흙과 더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2024년 6월  3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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