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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텃밭 나들이

평산 2025. 4. 4. 13:43

 시금치 씨앗을 던져 놓고 겨울을 잘 지낼 수 있을지, 

이따금 가서 확인했는데 아버지께서 잘 자랐다고...

한번 수확해서 나물을 해 드셨더니 맛나다 하신 후 

처음으로 밭에 가보았다.

 

 추위가 자주 찾아와 봄이 왔나 싶더니만...

이 날은 확 풀려서 복 받았다 싶으며 도착해 보니 

시금치를 거의 다 뽑아놓으시고 다듬으라 하셨다.

그럴 줄 알고 칼과 가위, 비닐을 여러 개 가져갔어서

모둠 가까운 곳에 쭈그리고 앉아 햇빛을 등지고

시금치를 다듬으며 무지무지 행복했었다.

1000원짜리 매장에서 두 봉지의 씨앗을 심어 별다른 

수고로움 없이 이런 수확을 맞이하다니 재미가 절로 났다.

끝나고 아버지댁에 다니러 가는 날이라 생각 없이 시금치

한 단을 사 오기도 해서 수확을 하며 웃음이 나왔다.

이삭까지 모조리 주워 풍부하게 가져왔다.

 

 지난가을에 쪽파가 비쌌다. 김장을 하려면

더 필요했으나 봄에 씨앗을 만든다 하셔서 엇단을

10000원 주고 김장김치를 담그며 쪽파가 어른거렸는데

겨울 동안 노란 잎으로 초라하게 변하더니 봄이라고

새파랗게 올라와 반가웠다.

 

 일터가 팔리신 후 앞으로 1년 동안은 텃밭을 해볼까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수확할 것만 하고 씨앗을 다시

뿌리지는 말자는 결론에 이르러 조금 남기고 뽑아 와

새로운 방법인 무채를 넣고 파김치를 담갔다.

겨울을 이겨내고 나온 새싹이라 영양이 많을 것이다.

 

 꽃밭에 있는 원추리가 이곳저곳으로 번져서

밖으로 나온 원추리 잎도 나물로 채취하였다.

바로 지금이 적기이며 식물들 각자가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물질이 들어 있어서 경험상 삶아 두 시간은 물에 담갔다가

초고추장을 찍어 먹어야 배탈 없이 싱그러운

원추리를 맛보게 된다.

 

 3년째 접어드는 더덕 때문에 텃밭에 가야 하는 이유가 

생기기도 하는데 한 해 더 자라야 먹을 만큼 자라게 되어 

장마가 올 때까지는 놔뒀다 모조리 캐실 예정이다.

싹이 옹기종기 올라와 귀엽고 향기가 났다.

 

 달래도 올라왔던데 간장 만들려고 한 줌만 캤다.

캐자마자 금방 시들더니 집에 와서 다듬고 씻으니까 

푸릇푸릇 기운을 차렸다. 얼마나 컸을지 더덕 몇 뿌리

시험 삼아 캐보고서야 역시나 시간을 좀 더 두자는

생각이시며, 돌나물이 뾰족뾰족 나오고 있지,

부추도 자라고 있어서 멀다 않고 가게 되는 

마술을 식물들이 갖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오라버니와 아버지와 정겨운 봄나들이였다.

 

 

 

  2025년 4월  4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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