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13코스

 난이도가 하(下)인 13코스입니다.

안양 석수역에서 지하철 1호선 구일역까지인데 

들어본 적 없는 '구일역'이라 구석구석 구경하는 재미와

지팡이 없이 자유롭게 움직였네요.

 

 석수역에서 내리니 등산객들이 많았습니다.

삼성산과 관악산 방향으로 오르는 사람들이었고 

출입구를 나온 후 어디로 가야 할지 둘레길

이정표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역 앞은 차들이 많고 복잡했는데 안양천으로

향하는 길은 조용했습니다. 산수유가 지고 있었고 

벚꽃은 오늘내일했으며 매화가 반기더군요.

 

 천 양쪽으로 고목의 벚꽃나무가 쭉

늘어섰던데 아마 요번 주에 모조리 필 듯했습니다. 

 

 깜짝 놀랐던 건 들꽃이었어요.

작은 봄까치꽃이 생글생글 귀여웠습니다.

 

 이게 무슨 꽃일지 여성스럽고 화사했다지요?

우리네 배추나 무꽃과 비슷했는데

하늘거리며 아름다웠습니다.

 

 냉이꽃도 걸음을 멈추게 하였고...

 '햐~ 봄이로구나!'를 외치게 하였습니다.

 

 그다지 맑지 않은 안양천이었어요,

한강으로 합류하기 전 한번 더 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냄새도 좀 났는데 무엇보다 하천 양쪽 폭이

넓어서 걷는 내내 가슴이 트였습니다.

 

 드문드문 보이던 꽃이 다리 아래로 군락을 이루어 

그냥 지나칠 수 없었지요, 조금 걸었다고 자세를

낮추었더니 일어설 때 아이쿠 했습니다... ㅎㅎ

 

 처음 보는 사랑스러운 들꽃이었어요.

 

 새로 돋아난 쑥이나 개망초, 냉이 캐는 

여인들이 종종 보였으며 산책 나온 아저씨들도 

나물을 캐더라고요. 좁은 언덕길로 걸었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줄지어 많았어요.

 

 비둘기도 종알종알 머리 숙이고는

도망가지도 않고 연신 무엇을 쪼았습니다.

 

 어릴 적 봤던 꿀풀도 반가웠고요,

 

 돌다리가 보여 건너편에 가보자 건넜습니다.

물이 오른쪽으로 제법 흘렀고 지도를 보니 이물은

성산대교 하류 쪽에서 한강과 합류했습니다.

줄지어 있는 작은 토막이 어떤 역할일까 궁금했어요.

 

 이쪽이 더욱 양지였는데 해를 등지고 걷는 것이라 

하나도 덥지 않았고, 서 있는 나무들의 새싹 역시 예뻐

무슨 나무일까? 유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나무 밑으로 봄까치꽃의 무리를 보세요!

 

 화살나무 아래로도 장관이었습니다.

은화수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상추와 쑥갓 등을 심은 텃밭을 지나..

 

 장미모종을 심는 곳도 보였고요,

 

 밭갈이해 놓은 풍경도 수양버들과 함께

멋스러워 ' 재 너머 사래긴 밭을 언제 갈려하나니...'

시조를 읊어보았구요?...ㅎㅎ

 

 다시 돌다리를 건너 둘레길로 돌아오는데

 

 이곳 역시 다리 밑으로 짤따란 나무토막들이 

줄 서있었어요. 무엇이 떠내려오다가 걸리라고 

해놨을지, 토막 위에서도 신통하게 풀이 자랐습니다.

 

 벚꽃이 살짝 핀 곳도 있었는데 지금쯤 화려하겠네요.

 

 구일 전망대를 지나자 오른편으로 고척동 돔구장이

가까워지며 경기도 안양에서 서울 금천구청이 보이더니

독산동, 광명시를 지난다 하고 구로구가 나왔습니다.

...

 드디어  '구일역'에 도착했네요.

평지라 별 어려움 없이 8km를 걸었습니다.

들꽃들 봐서 좋았고요, 서울서 몇십 년을 살았지만 

가볼 일이 없었던 동네라 서쪽 방향으로 어떤 동네가

있는지 확실하게 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둘레길 걸으며

하천을 왔다 갔다 했어도 길 잊어버릴 염려가 없던

13코스였습니다. 걷기 좋은 계절입니다.^^

 

 

 

  2025년  4월  7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