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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부터 서울둘레길을 계속 잇지 못하고
10개월 만에 움직이게 되어 영광스럽기까지 했다.
덥고 추우면 망설이게 되며 혼자서 가기에는
낯선 길이라 좀 벅차고 두려움도 있어
쉽게 나서질 못하였다.
서울의 동쪽과 남쪽은 다 돌아서 이제 서쪽으로
향할 예정이고 둘레길 이외에 대모산, 구룡산,
우면산 등은 정상을 밟고 내려와 이어갔어서
지금까지 약 100km는 걸은 셈이다.
12코스는 관악산역에서 경기도 안양시 석수역까지
7.3km로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바꿔 탄 후 대방역에서
다시 신림선으로 갈아타야 해서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았다.
입구에 물레방아와 마중을 나온 듯한 장승들이 쭉 이어져
맨 마지막에 얼굴 두 개의 장승을 마주하고는
햇살처럼 웃으며 시작하였다.
서울대 앞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뒷산인 관악산
자락을 걷게 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산 아래로
공공기관 건물처럼의 서울대가 보였다.
나무들이 울창하며 한강 이북은 암석산이고
한강 이남은 흙산이라더니 언뜻 이런 길은 북한산과
비슷하면서 걷기 좋은 오솔길이었다.
무리하지 않고 더우면 옷을 벗어가며
간식 먹으면서 천천히 걸었다.
우측으로 계단이 있길래 돌아서가면 만나겠지? 하고
눈이 녹지 않은 낭만길로 노래를 부르며 접어들었는데,
길이 서로 만나긴 했지만 하필 이정표 아랫길로 이어가
이곳 표시를 못 보고 향하다가 둘레길 표시인 자줏빛
끈이 보이질 않고 칼바위가 나온다는 오르막길로 이어져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둘레길을 지나쳐 왔단다.
삼성산 칼바위까지 갔다가 내려가도 둘레길과 만나지만
바위들로 이루어져 길이 희미하고 위험하단 소리에 몇 백 m를
다시 내려와 이정표 앞에 섰었다. 서울둘레길 5.7km 남았다는
방향으로 가야 했는데 삼성산 칼바위길로 향했던 것이다.
지나고 보니 둘레길 12코스는 관악산과 삼성산,
호암산을 지나는 커다란 줄기였다.
숲 속 오두막에서 좀 놀다가...ㅎㅎ
요번에도 그냥 지나칠뻔한 천주교 성지를
"저곳은 뭘까요?" 말을 건네는 바람에 들러보게
되어서 잠시 바람도 숨을 죽이는 듯 고요한
장소를 거쳐가게 되어 참 좋았다.
친환경 나무의자가 숲 속에 정갈하였고
이곳에서도 신부님과 미사를 보는 것 같았다.
1839년 기해박해 때 새남터에서 순교한 외국인 선교사
세 분의 유해가 58년간 안장되었던 곳으로 지금은 명동성당
지하 성지묘역으로 옮겨졌다는데 당시에 교우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스스로 관가에 나아가 신앙을
고백하고 사형되었다니 낯선 땅에서 얼마나
망연자실(茫然自失) 했을까!
소나무 위로 보이는 산 정상이 칼바위정상인 듯
밑에서 보니 돌아서 오길 잘했다 싶으며 주위에...
명품소나무 숲이 있어 솔바람 솔솔 불었고...
호암산을 지나며 1407년(태종 7)에 왕명으로
세워진 호압사를 만났다. 삼성산의 산세가
호랑이 형국이라 산세를 누르기 위해 점술가의
말을 듣고 창건한 절이라 한다.
소나무에 이어 잣나무 산림욕장이 있었는데
나무들 사이사이에 의자와 식탁 평상들이 놓여있어
주위에 사시는 분들이 호강한다 싶었다.
나무껍질이 거친 듯 늠름한 잣나무!
민간신앙의 토테미즘이 보였던 기도처!
기도처 위쪽으로 산성이 있어서 발굴작업도 했다는데
산 능선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해서 아쉬웠다.
내려오며 올봄에 처음 맞이한 생강나무꽃!
그리고 버들강아지에 반가웠고..
석수역 앞 큰 도로의 고가도로를 건너며
예전에 친구가 이 동네에 살아 몇 번 왔었는데...
그동안 도로가 넓어지고 많이 변했더란다.
요번 12코스 둘레길에서 한 가지 착한 일을 했다면,
물웅덩이에 일찍 부화해서 연약한 모습의 나비가
날개 펴진 상태로 푹 빠져 힘 없이 살짝 움직임이
보여서 혹시? 하며 스틱으로 건져 날개를 살짝 들어줬더니
금방 말라 날아간 것이다. 생명을 구해줘 보람 있었고
10개월 만에 이어진 서울둘레길 걷기에 뜻깊었다.
2025년 3월 22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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