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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골목길에서~

평산 2010. 11. 28. 18:08

 

 

 아침이면 낭군이 자전거 타고 출근을 하니 대문을 항상 열어주는 편이다.

도시락을 들고 먼저 나가 기다렸다가 바구니에 담아주고는.....

30m 쯤 걸어가다가 길이 꺾어지는 부분에서 한번 씨익~ 뒤돌아보면 잘 다녀오라며 손짓을 해준다.

 

 

 

          

 

 

 잠깐 나갔다가 들어오는 것이니 옷을 단단히 입었겠는가!

앞치마를 두른 상태로 대부분 나가게 되며, 골목이 지저분하면 빗자루 들고 다시 나가 쓸기도 하는데,

한곳에 오래도록 살다보니 아침마다의 이런 모습이

출근길의 이웃 분들에게나, 지팡이 드시고 일찍 나들이 하시는 어르신들과 번번히 마주치기도 한다.

 

 "아이고~~, 남편에게 이렇게 잘 하다니, 세상에~~~"

 "잘 하긴요, 그냥 잘 다녀오라고 빠이빠이 밖에 하는 일 없는 걸요."

 "날마다 대문 밖에까지 나와서 빠이빠이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골목청소까지 하고....."

 "동네 재개발 일도 돕더니만...그 사람들 무슨 이야기를 해도 대화가 영 통하지 않더라고......"

 "네, 꼭 작은 정치의 모습을 보는 듯했어요. 합리주의가 아닌 '밀어붙여' 식의......"

 "암튼, 바람직한 젊은이야!"

 

 

 오늘은 어르신께서 뒤에 계시니 30m를 그냥 기다리기가 부끄럽기도 하고 멋쩍어서......

골목도 쓸겸 빗자루를 들고 나와 낭군이 알아들을 만큼만 살짝~흔들어 주었다.

마흔이 넘도록 시집을 못간 따님이 있으시니 이런 풍경이 더욱 부러우셨나보다.

특히나 '젊은이'라고 표현해 주심에 얼마나 황송하던지......

 '어르신이 보시기에는 내가 '젊은이'겠지...ㅎㅎ...'

천천히 걸으시며 이야길 하셨으니 골목길 찬바람에 '후덜덜' 떨리면서도......

칭찬 때문이었는지, 평소에 쓸던 집 주위 10m보다 자꾸자꾸 올라가게 되어 양심에 가책이 느껴지기도 했다.

 '늘 하던 대로 해야지, 착한 모습 보여주려는 의도인가? '하면서......^^

 

 

 

 

 

  2010년11월 2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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